극빈층 노인들, 더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울지 않아도 돼

'기초생활보장 급여 연계'에 극빈층 노인, 기초연금 혜택 못 받아
'소득인정액 제외' 등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기초연금 지급 전망
"현재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가 깎이는 부분이 있는데, 감액하던 금액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연금개혁 방향성과 관련해 '장년층의 부담을 덜어줄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해법이다.

윤 대통령은 "기초연금의 목적은 중산층과 서민의 노후소득을 강하게 보장하자는 것으로,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이 중첩될 경우에도 깎이지 않도록 보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에서 받는 생계비로 어렵게 생활하는 극빈층 노인이 더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커졌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노인 세대 중에서 최빈곤층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65세 이상 노인(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소득 하위 70%의 다른 노인들처럼 기초연금을 신청하면 받을 수 있지만,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이른바 '보충성의 원칙'과 '타급여 우선의 원칙' 적용받아 기초연금액만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감액되기 때문이다.

'보충성의 원칙'은 소득이 정부가 정한 기준액보다 적으면 부족한 만큼 생계급여로 보충해준다는 말이다.'타급여 우선의 원칙'은 생계급여 신청자가 다른 법령에 따라 보장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기초생활보장 급여보다 우선해서 다른 법령에 따른 보장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원칙 탓에 기초연금법에 따라 기초연금을 받으면 공적 이전소득으로 잡혀서 생계급여를 받는 기준이 되는 '소득인정액'이 올라가게 되고, 그러면 기초연금을 받은 액수만큼 생계급여 지원액이 깎인다.

이렇게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연계해서 생계급여액을 깎는 방식으로 말미암아 극빈층 노인은 사실상 기초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 65세 이상 노인은 71만명에 달하는데, 이 중에서 62만1천명은 기초연금을 받아도 보충성 원리 등으로 생계급여에서 전액 삭감당했다.

특히 8만9천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 혜택을 보지 못하고 소득 기준에 걸려 탈락할까 봐 아예 기초연금 신청 자체를 포기했다.

기초연금 액수만큼 생계급여가 깎이기에 기초연금을 신청해봐야 현금 급여 실익은 없고,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잡히면서 오히려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등 다른 급여까지 못 받을까 봐 우려해서다.

이와 관련, 기초연금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제도 개편을 논의해온 보건복지부 산하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도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저소득 노인을 기초연금에서 사실상 제외하는 현행 노인 기초보장 체제를 손질해서 소득 보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는 일단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보는 관점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원리(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생계급여액에서 기초연금을 깎는 현행 방식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 기준을 맞추지 못해 기초생활보장 급여 대상에서 탈락한 비수급 빈곤층보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의 총소득(생계급여+기초연금)이 오히려 더 많아지는 '소득 역전 현상'으로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노인이 보편적으로 받는 기초연금 혜택을 정작 극빈층인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은 못 받는 일은 합리적이지 않으니,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소득으로 규정한 기초연금의 성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기초연금을 '필수 지출'로 보고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을 생계급여 산정 때 반영하는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한 가지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금도 장애인 연금, 장애인수당, 아동 보육료, 양육수당, 국가유공자수당 등은 소득인정액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하는데, 기초연금도 이런 급여들처럼 보충성 원리에 구속되지 않게 예외를 두자는 것이다.또는 생계급여 소득인정액 계산 과정에서 기초연금을 우선 산입하되, 기초연금의 30% 혹은 50% 등 일정 금액을 추가 비용으로 지원해 일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