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산업경제 영토' 어떻게 넓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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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된 韓에 필요한 것은지난주 우리 정부는 통상정책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연대·공조를 통한 국익의 극대화’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한국 사회는 내부적으로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저출생이라는 급격한 변동을 경험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통상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보호주의와 이기주의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우리의 통상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교역·협력 파트너를 넓히는 것
생존을 위한 과거 접근법 대신
상호 모두의 발전에 기여해야
국제 사회에 선한 영향 줄
산업·경제 영향력 확장 힘써야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
통상 분야에서 지속할 수 있는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산업경제 영토’ 확장이 필연적이다. 단순히 제품 수출 규모를 키우는 수준이 아니라 연관산업 전반에서 상호 연계된 가치사슬을 공유하는 산업경제 파트너를 구축하는 게 산업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만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를 독점하겠다는 이기적인 자세를 취해선 안 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산업 협력을 하되 상대방이 원하는 협력 네트워크에 동참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분야의 산업 육성 및 경제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신뢰를 쌓아야 한다.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을 대상으로는 높은 품질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공급망 협력 및 전략적인 연대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품 제조를 위한 공급망은 물론 과학기술 개발상에서의 공급망 구축과 협력이 중요하다. 가치를 공유하는 주요 선진국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원천기술 개발에 협력하는 것은 우리의 산업경제 영토 확장은 물론 안전을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첨단산업 기술 개발에서 우리나라 혼자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마주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외면당하면 산업·경제 영토는 고사하고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한편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중심의 신흥국을 지칭)라는 용어가 시중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오랜 기간 국내 정치적 갈등 혹은 사회적 관습으로 인한 비효율로 고전했다. 나아가 국제적 분쟁 등의 원인으로 우수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경제 발전에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사회에 부패가 만연한 탓에 소위 ‘중진국 함정’에 빠진 나라도 있다. 그들을 대상으로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생산비용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은 지나치게 순진할 뿐 아니라 지속할 수 있지도 않다. 게다가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마저 이들과 협력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이런 마당에 그들이 ‘이기적’인 우리와 협력을 선택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염원하는 산업 육성과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의 중장기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빠른 산업화를 통해 경제 규모 세계 12위의 국가로 발돋움했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한국이 지금처럼 국제사회에서 오늘날처럼 높은 존재감을 느껴본 적은 없을 것이다. 개발도상국일 때는 내수경제가 작아 조립가공을 통한 수출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었다. 중진국이 돼서는 관세장벽을 뚫고자 북미에 진출했고, 중국의 대외 개방에 따라 직접투자를 늘려 함께 성장했다.지난 시간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조금 다른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근대사와 현대사를 통틀어 우리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패권국으로서의 전략을 세워본 일이 없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경쟁적으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 그리고 아시아 대륙 곳곳에서 침략전쟁을 벌이며 영토를 확장하다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계기로 군사적 충돌을 멈췄다.
글로벌 사회는 지금 AI와 반도체 등 각종 첨단산업 기술을 무기 삼아 새로운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위해 산업경제 측면에서 우리 안에 내재된 에너지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그렇게 국제사회에 선한 영향을 줌으로써 산업·경제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 이제 단순한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진출 정책이 필요한 때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 단계 성숙한 파트너십을 어떻게 구축할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