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못 버텨"…요기요 '1000억' 적자 나더니 결국

'배달앱 3위' 요기요 결국 백기 들어
2011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실시
서울의 한 대학가에 배달라이더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출혈 경쟁이 극심해진 가운데 요기요가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실적이 악화하자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요기요는 배달의민족에 이은 업계 2위 자리를 지켜오다가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쿠팡이츠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요기요는 지난 5월 조직개편 당시에만 해도 "희망퇴직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누적 적자가 1000억원대로 불어나면서 희망퇴직 카드를 빼들었다.

요기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전례 없는 위기"

사진=연합뉴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는 최근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안내하는 메일을 보냈다. 요기요에는 지난해 12월 기준 1316명이 근무 중이다. 직급, 직책, 근속연수, 연령 제한 없으며 희망퇴직 신청은 다음달 2일부터 13일까지다.

요기요는 희망퇴직자에게 위로금으로 월 고정급여 4개월분을 지급한다. 근속 1년 미만인 경우에는 월 고정급여 4개월분을 근무 일수에 비례해 일괄 지급한다. 전직을 위한 커리어 카운슬링·인터뷰 코칭 등도 지원한다.

창립 이래 가장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였다는 게 회사 측 입장. 전준희 요기요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지난해부터 누적된 약 1000억원의 적자와 낮아지는 시장점유율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쟁사의 무료 배달 도입과 구독 서비스 출시, 과열된 출혈 경쟁, 각종 규제 강화 등으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은 2022년과 지난해 각각 1116억원, 6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2022년 864억원에서 지난해 4841억원으로 1년 만에 460% 늘었다. 이에 요기요는 경영 효율화를 취지로 올 상반기 마케팅·퀵커머스·고객 응대 조직을 축소하기도 했다.

문제는 점유율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현재 요기요는 ‘배달비 무료’를 선언하는 등 파격 정책으로 2위에 올라선 쿠팡이츠에 밀려 월간활성화사용자(MAU) 3위로 추락했다. 지난달 요기요의 MAU는 전월 대비 0.5% 감소한 589만명으로 줄었다. 배민(2251만명)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며 쿠팡이츠(810만명)보다도 221만여명 적다.

'가격' 내세운 정책 안 통해…GS리테일에도 불똥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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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무료 배달 정책과 유료 멤버십 가격을 인하하는 등 노력을 해왔으나 수익성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 앞서 요기요는 올 4월 '요기패스엑스(X)' 구독료를 월 4900원에서 2900원으로 2000원 낮췄다. 이달 초에는 14년간 고수해온 중개 수수료(12.5%)를 배민과 쿠팡이츠(9.8%)보다 저렴한 9.7%로 낮춘 바 있다.

그런데도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 대표는 "지금껏 고객 경험 강화와 매출 성장을 위한 시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경비 절감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해 왔고 일부 성과를 얻었음에도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더 확실한 체질 개선과 인력 효율화 없이는 회사의 지속 경영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요기요의 결정이 GS리테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요기요는 실적 개선을 위해 지난 6월에는 GS그룹 오너 4세인 허서홍 GS리테일 부사장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한 바 있다. GS리테일은 요기요를 인수한 3대 주주다. 앞선 2021년 10월 이 회사는 요기요에 3077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이에 GS리테일의 지분법손실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배달앱 시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요기요가 경쟁력 확보할 수 있도록 주요 주주사 측면에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달앱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비자들도 "한창 배달앱 전성기 땐 배민과 요기요가 양대 산맥이었는데 존재감이 약해지긴 했다. 이제 생존을 걱정할 때가 온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업계 독과점 영향으로 악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등 돌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전략을 수립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