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3중 장치' 마련…"청년세대도 받을 수 있다 확신 줘야"

尹대통령 국정브리핑
국민연금 구조개혁

(1) 급여 지급보장 명문화
(2)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3) 세대간 인상속도 차등

연금지급 보장해 청년 불신 씻고
재정·인구따라 보험료율 조절

고령층 "연금 깎인다" 반발 예상
소득보장 우선하는 野 반대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안의 밑그림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했다. 세대 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지급 보장 명문화라는 ‘3중 장치’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청년 세대가 연금 개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존 수급자인 고령층도 연금 개혁의 부담을 나눠 지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런 개혁안은 보험료를 더 내는 중장년층과 연금액이 깎일 수 있는 고령층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지속가능성보다는 소득 보장 확대에 중점을 두는 거대 야당이 정부안에 찬성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연금 개혁 지속가능성 확보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양한 제도를 함께 개혁하고 혁신하겠다”며 “가장 오래, 많이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 세대가 수긍할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보험료를 인상하되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보험료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세대 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릴 때 중장년층은 매년 1%포인트씩, 청년층은 0.5%포인트씩 높이는 식이다.윤 대통령은 “연금 선진국에서 운영하는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연금액을 기대수명, 출산율, 경제 상황 등과 연계해 조정하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24개국이 운영 중이다. 이 장치를 도입하면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오르던 수급액 인상 폭을 줄일 수 있다. 국민연금 지출 증가 속도를 늦춰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국민연금 급여 지급 보장은 보험료 인상 등 ‘더 내고’, 자동안정화장치를 통해 ‘덜 받는’ 개혁을 전제로 한 조치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기금 소진 연도를 8~9년 늘리는 모수(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만으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대 간 갈등 불거지지 않게 해야”

윤 대통령은 노후 소득 보장 강화를 위한 대안으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 아니라 기초·퇴직·개인연금을 통한 다층 보장체제 구축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월 40만원을 목표로 임기 내 기초연금 인상을 약속드린다”며 “현재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생계급여가 깎이는 부분이 있는데 감액하던 금액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연금에 대해선 “개인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세제 인센티브를 드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정부가 사실상의 연금제도 구조개혁 방안을 내놨지만,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다음달 4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 모수개혁의 구체적 수치를 포함한 연금 개혁안을 발표하고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재정 안정화를 위한 구조개혁보다는 노후 소득 보장을 확대하기 위한 소득대체율 인상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은 연금을 성실히 낸 고령층의 연금 수령액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세대 간 보험료 차등 문제는 역시 ‘어느 연령대부터 기성세대냐’를 정하는 게 문제다. 참여연대는 국정브리핑 직후 윤 대통령의 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노후 불안과 사회적 갈등·분열을 조장하는 연금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자체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으로 보험료율 인상 자체가 어려워진다면 차등 인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세대 간 갈등으로 불거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허세민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