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탐사가치 충분…'유전 잭팟' 가이아나와 지질특성 유사"

부산서 동해심해 탐사 좌담회

"수십년간 기술력 높아져 해볼만
첫 시추 성패여부에 집착은 금물
가이아나도 40번 도전 끝에 발견"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동해심해 탐사 좌담회’에서 지질학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세 한국해양대 교수, 김기범 부산대 교수, 이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유인창 경북대 교수, 도릭 스토 영국 헤리엇와트대 명예교수. /한국석유공사 제공
“최근 시추에서 큰 성공을 거둔 가이아나·이스라엘 레반트 분지와 동해 울릉 분지 간 지질학적 특성이 매우 비슷합니다. 시추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합니다.”(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2024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동해심해 탐사 지상좌담회’가 29일 열렸다.‘지질과학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IGC가 한국에서 열린 건 1878년 총회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전 세계 7000명의 지질 관련 전문가가 한국을 찾았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지질학 전문가들은 “정부가 장기 전략을 세우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석유 시추 분야 신기술이 발달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메이저급 석유회사들이 그동안 탐사하지 못한 가이아나나 모잠비크 같은 심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며 “과거 동해 탐사 시추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더라도 지금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호주 자원기업 우드사이드가 2007년부터 탐사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축적한 자료들이 이번 유망구조를 도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시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연말로 예상되는 첫 시추 결과에 대해서도 조언이 잇따랐다. 김기범 교수는 “가이아나는 20년 동안 40번의 시추가 모두 실패한 끝에 석유의 부존 가능성을 확인했고, 그 이후 2015부터 2020년 동안 18개 시추공에서 80억 배럴의 석유가 집중적으로 생산됐다”며 “첫 시추공에서 실패했다고 향후 시추도 실패할 것이라고 예단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교수는 “우리나라를 산유국으로 만들어준 동해가스전도 첫 시추공을 뚫어 부존 가능성을 확인한 뒤 3개 공을 추가로 뚫고 나서야 부존량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석유와 가스전 개발을 국가 전략자원 확보라는 장기 계획하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릭 스토 영국 헤리엇와트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데 에너지 자원을 모두 해외로부터 의존하고 있다”며 “자국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꾸준히 석유 탐사와 시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인창 교수는 “2012~2021년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원 개발률은 14%에서 11%로 추락한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은 22%에서 40%로 높아졌다”며 “주요 선진국이 안보를 위해 자원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미래를 위한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