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솔루션, 친환경 선박 개조 시장 이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기존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HD현대마린솔루션의 수익성 극대화가 예상된다. 가파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해양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경ESG] ESG NOW
해양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 HD현대마린솔루션이 친환경 요소를 강화하는 선박 개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박 개조 사업은 선박의 운항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선박의 선체 구조나 탑재 기기류를 변경한다. 선주에게 요청받아 선박을 역설계, 재설계, 재설치, 시운전, 승인 재획득, 공급 등 일련의 과정을 수행한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친환경 요소를 강화하는 선박 개조 사업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고자 선사들은 기존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개조는 건조가 완료돼 현재 공공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을 환경규제에 충족되도록 개조·설치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기에 차별화된 기술력이 관건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7년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2023년 말 기준 배기가스 탈황 장치(EGCS) 설치 208건,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설치 395건의 공사 실적을 거두는 등 친환경 선박 개조 관련 핵심기술을 갖췄다.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에선 유일하게 선박 개조 ‘턴키 솔루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턴키 솔루션은 선박 개조 설계부터 부품 장비 조달, 개조 시공 및 설치, 시운전, 보증 서비스까지 한 업체에서 모두 진행·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그동안 턴키 솔루션 방식으로 1000개 이상 개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선박 A/S 전문회사’ 기틀 갖춰…친환경 선박 시장 주도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11월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엔진기계사업부, 전기전자사업부 등 선박 관련 유무상 서비스 담당 조직을 통합 출범했다. 당시 건조 후 인도된 선박과 엔진 같은 주요 기자재에 대한 정비, 수리, 개조 등 선박 생애주기 전반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박 A/S 전문회사’로 포지셔닝을 시도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을 위해선 2017년 4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시작으로 미국과 싱가포르, 중동 지역에 법인을 설립해 선박 A/S 전문회사로서 기틀을 갖췄다.

특히 HD현대마린솔루션이 출범한 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운업계 전반에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IMO는 이 무렵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는 친환경 선박 개조 수요가 급증했고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7년 2월 KSS해운과 EGCS 설치를 위한 MOU를 체결하며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해양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한 배기가스 탈황 장치,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선박용 육상전원 공급장치(AMP), LNG 운반선의 운송 효율을 높이는 재액화 시스템 개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했다.2018년 6월에는 벙커링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면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그룹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협업해 고품질 선박유를 공급하고 있으며, 현재 탄소중립에 대비해 친환경 선박유 사업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회사 설립 이후 최초로 유럽 소재 선사와 3000만 달러 규모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설비(LNG Floating Storage Unit, LNG-FSU )’ 개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2004년 스페인에서 건조된 13만8000m3급 LNG 운반선을 LNG-FSU로 개조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설계·구매·제작·운송·설치 및 시운전 등 공사 전 과정은 HD현대마린솔루션이 담당하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조 공사는 2025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개조된 LNG-FSU는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설치돼 인근 화력발전소에 LNG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LNG-FSU는 장기간 바다 위 특정 장소에 머물며 LNG를 주기적으로 공급받아 저장했다가 필요 시 육상 발전소 및 저장소에 전달하는 일종의 ‘해상 LNG 터미널’이다. LNG-FSU 개조 사업은 노후 LNG 운반선을 재활용한다는 장점 외에도 수요에 따라 지역 이동·설치 가능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HD현대마린솔루션 관계자는 “건설까지 3~4년 이상 소요되는 전통적 육해상 LNG 플랜트와 달리 LNG-FSU 개조는 설계가 정형화되지 않아 빠르면 1년 안에 설치운영이 가능하다”며 “러·우전쟁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해상을 통한 LNG 도입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LNG-FSU 개조 공사 수주를 발판 삼아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 Floating Storage Regasification Unit, LNG-FSRU) 개조 ▲LNG⋅LPG⋅메탄올 이중 연료 엔진 개조 등 친환경 가스 솔루션 개조 분야에서 하반기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설립 이후 성장 가속도…IPO 이후 매출 상향 곡선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설립 초기인 2017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403억 원과 546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각각 1조4305억 원과 2015억 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매출로만 따지면 불과 6년 만에 6배 증가한 수치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 해양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며 사명을 HD현대마린솔루션으로 변경했다.

지난 5월에는 코스피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상장 이후 첫 실적 발표도 큰 폭의 성장세를 시현했다.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379억 원, 71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30% 성장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최대 투자 포인트로는 선대 증가에 따른 AM솔루션의 성장 지속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 인수로 HD현대마린솔루션의 AM솔루션 부문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올해 대형 친환경 개조 수주 개시 등도 주목할 만한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