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의 '가장 태평한 멤버' 링고 스타로 배우는 성공의 의미 [서평]

성공의 조건 실패의 쓸모

곽한영 지음
프런티어
352쪽|1만9000원
비틀스 멤버로 활동했던 링고 스타
다른 멤버들에게 무시당하고 인기도 없지만 세계 최고의 밴드에서 활동하는 삶 vs 종군 사진기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지만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잃어버린 삶.

어떤 삶이 더 나을까. 전자는 비틀스의 멤버 링고 스타, 후자는 종군 사진기자의 전설 로버트 카파다. <성공의 조건 실패의 쓸모>는 여러 인물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성공과 실패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방면에서 다수의 책을 써온 곽한영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의 신작이다. 비틀스는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이란 두 천재가 이끈 밴드였다.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은 이 둘에 가려졌지만, 기타와 작곡 실력을 꾸준히 갈고닦아 몇몇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반면 링고 스타는 존재감이 없었다. 드럼 실력도 별 볼 일 없었다. 초기에는 도저히 앨범을 녹음할 실력이 아니어서 스튜디오에서 쫓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이 갈등과 불화를 겪는 동안 그는 태평하게 삶을 즐겼다. 둥글둥글하고 낙천적인 성격 덕이었다. 저자는 “나이가 들어서도 투어 공연이라는 명목하에 전 세계를 여행하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에서 오히려 비틀스 멤버들 사이에서 가장 성공한 이는 링고 스타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로버트 카파의 진짜 이름은 앙드레 프리드먼이다. 헝가리 출신의 유대계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유명한 미국인 사진가 로버트 카파’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다. 또한 그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만든 사진 ‘어느 공화군 병사의 죽음’도 그가 아닌 게르다 타로가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앙드레 프리드먼은 로버트 카파의 이름을 전설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나’로 살아가는 일에는 실패한 게 아닐까요?”

책은 테니스 스타 조 윌프리드 송가를 통해 불운과 운에 대한 생각을, 영국 음악가 필 콜린스의 인생에서 ‘버티는 삶’의 모습을, 삼국지 유비·관우·장비의 일화에서 기다림의 중요성을, 세기의 배우 오드리 헵번에게서 ‘인간에 대한 예의’와 헌신의 태도를 엿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