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마음 뺏은 강남언니 "K-미용의료 정보 찾는 수요 잡았죠" [긱스]

카토 유타(왼쪽), 임현근 힐링페이퍼 일본법인 공동대표.
"'강남언니'라는 서비스명을 일본에서 그대로 씁니다. 일본인들도 미용의료 분야에선 한국이 앞서있다고 생각해요. 이름 때문에 일본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카토 유타 힐링페이퍼 일본법인 공동대표(왼쪽)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미용 의료 트렌드가 2~3년 후에 일본에 보급되는 흐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힐링페이퍼는 미용의료 플랫폼인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회사다. 2019년 일본에 진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적인 한국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현재 강남언니에 가입한 일본 병원만 1300곳, 등록 의사 수는 1500명이다. 전체 강남언니 가입자 630만명 중 일본인이 100만명이다. 성형이나 보톡스, 피부 시술 등 미용의료에 관심있는 일본인들이 시술 후기나 병원 정보를 보고 예약하는 데 강남언니를 쓴다. 일본인이 한국 병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절반(약 월 1만건), 일본 내 병원을 이용하는 게 절반(1만건) 가량 된다.

미용의료 정보에 목말랐던 일본인들의 수요를 노렸다. 일본 진출 전에도 강남언니 앱 내 리뷰를 번역해 한국 병원에 찾아온 일본인들이 있었다. 임현근 사업총괄(일본법인 공동대표)은 "일본은 인구도 많고, 미용의료 성장성도 좋은 시장인데 아직 주인(지배적 사업자)이 없었다"고 "한국 미용의료 경쟁력을 기반으로 일본 시장을 파고들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한국은 미용의료 기술 수준이 높고, 가격도 일본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두 공동대표는 한국에서 성공한 강남언니 모델을 거의 비슷하게 이본으로 가져갔다. 이용자 후기를 기반으로 병원별 수술·시술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했다. 일부 현지화도 시도했다. 즉시 예약을 원하는 일본인들을 위해 '예약 확정' 기능을 넣었다. 이용자들의 미용의료 관련 지식이 한국보다 낮은 것을 고려해 검색 기능도 다르게 세팅했다. 병원으로부터 클릭 당 광고비를 받는 한국과 달리 수수료 기반 사업모델을 짰다. 유타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미용의료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걸 경쟁력으로 삼았다"고 했다.
카토 유타(왼쪽), 임현근 힐링페이퍼 일본법인 공동대표.
쉽지 않은 상황도 있었다. 크로스보더(한국으로 시술을 받으러 오는 일본인 환자) 사업을 한창 확대하려던 중 코로나19가 터진 것이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한창 성장하던 크로스보더 매출이 하루 아침에 0원이 됐다. 일본 내 사업(도메스틱)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일본의 미용의료 플랫폼 2위 사업자인 루코모를 인수해 리뷰 데이터와 병원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카토 대표는 "일본에서 개원의들이 늘어나면서 병원들도 적극적인 모객이 필요했던 시점"이라며 "강남언니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탄탄하게 쌓아놓은 네트워크와 신뢰가 엔데믹 후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일본 크로스보더 이용자 수는 전년보다 12배 늘었다. 일본 매출 역시 지난해 기준 80억원으로 전년(10억원)보다 8배 뛰어올랐다. 임 대표는 "현재 강남언니 전체 매출에서 일본 비중은 25% 가량"이라며 "점점 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토 대표는 "건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미용의료 밸류체인에서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낼 계획"이라며 "가장 사랑받는 미용의료 정보 서비스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