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몰이 얄팍…반일장사 언제까지"…장예찬 탄식한 까닭 [이슈+]

정점 치닫는 野 '친일 프레임' 공세
이재명·조국 '신친일파 척결' 릴레이에
'친일 공직자 임용 금지법' 당론 발의
음모론까지 양산…野 지지자도 '갸우뚱'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8.15광복 79년, 윤석열 정권 굴욕외교 규탄 국회-시민사회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 안중근 의사 등신대가 세워져 있다. / 사진=뉴스1
야당이 정부를 향해 '친일 프레임'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친일 논란에 국민 피로도만 누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뉴라이트 인사 논란이 불거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고리로 친일 프레임 공세를 펴고 있다. 먼저 야당 의원들이 최근 '신친일파 척결! 뉴라이트 거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릴레이가 눈에 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야당 핵심 인사들이 릴레이에 동참했다. 앞선 릴레이 참여자의 지목을 받아 사진을 올리고 또 2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사진을 올리면서 "윤석열 정권이 거듭 역사의 전진을 거스르며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를 친일로 덧칠하고 있다"고 했다.
'신친일파 척결 뉴라이트 거부' 릴레이. / 사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SNS 캡처
입법권을 활용한 공세도 포착됐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헌법부정 및 역사왜곡행위자 공직임용금지 등에 관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두둔하거나 친일·반민족 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한 자의 공직에 임명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당에서는 "정쟁으로 이어질 게 뻔한 위헌적 과잉 입법"(윤상현 의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과정에서 자칫 국론 분열을 더 부추길 수 있는 괴담과 음모론도 양산됐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당정이 오는 10월 1일 국군의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1910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치는 것은 우연이냐"고 했다. 국군의날이 10월 1일인 것은 6·25 전쟁 당시 3.8선을 최초로 돌파했기 때문인데, 구태여 '조선총독부'를 언급한 것이다.강 의원의 이런 주장에 친민주당 성향 네티즌들마저 등을 돌렸다. 대표적인 친민주당 온라인 커뮤니티인 '클리앙' 회원들은 강 의원의 발언에 "이건 좀 너무 나간 것 같다", "우리끼리 커뮤니티에서 얘기하는 음모론 같은 얘기를 국회의원이 직접 하다니", "음모론으로 나가면 리스크가 커진다" 등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 머릿속엔 조선총독부만 떠오른다는 게 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지하철 시청역과 김포공항역, 이태원역의 독도 조형물을 철거 후 리모델링하는 대신 TV를 설치해 독도 영상을 상시 송출하기로 한 27일 오후 서울 3호선 안국역에 관련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독도를 지우고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도 "음모론"이라고 대통령실은 비판했다. 민주당은 최근 서울 일부 지하철역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됐다면서 '민주당 독도 지우기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띄워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 특위 설치는 코로나19로 입원 치료 중이던 이 대표가 병상에서 지시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하철역 독도 조형물은 설치된 지 15년, 전쟁기념관 독도 조형물은 12년이 지나 노후화가 진행된 탓에 재설치하는 과정에서 철거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독도를 지운다는) 음모론 뒤에 숨어 괴담만 말하지 말고 근거를 제시하라"며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국제법상으로 우리 영토인 데다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우리 영토 독도에 대해 거대 야당이 독도 영유권을 의심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여권에서는 매번 반복되는 민주당의 친일 공세에 국민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일 공세는 민주당의 '치트키'와도 같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 경기도당은 당장 총선을 앞둔 지난 3월만 하더라도 이순신 장군 동상과 이토 히로부미 동상 사진에 "일번이냐 vs 일본이냐"는 문구를 넣은 홍보 포스터를 만들어 제작했다. 총선에 '한·일전'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것이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페이스북
사진=더불어시민당
21대 총선 당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아예 선거 포스터에 "21대 총선은 한일전이다"라는 문구를 적었고, 2022년 대선 때도 민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일전' 프레임이 재차 등장한 바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논란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7월에 당 대표 회의실에 이순신 장군 동상 사진을 담은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었다. 이에 이 대표 지지자들은 애칭인 '잼'과 이순신을 합쳐 '잼순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만물 친일설을 유포하는 민주당은 아직도 일본 콤플렉스에 빠져있는 구시대 정치인 집합소다. '국회의원 아무나 다 하는구나'라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친일몰이 하나로 지지를 받겠다는 얄팍한 계산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낡은 반일 장사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것이냐"고 했다. 특히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지정에 조선총독부를 거론한 강 의원을 향해선 "세금 아까워 죽겠다"고 했다.

한편, 정치권의 친일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6~27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정치권의 친일·반일 가르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46.5%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필요하다"는 답변도 42.1%로 부정 평가와 오차범위 안 차이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