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진짜 소상공인 위한다면 플랫폼 안정성부터 챙겨야
입력
수정
지면A22
재무건전성 여전히 공개 안해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8일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다른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할 때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소상공인들이 9개 플랫폼 중 골라 입점하면 쿠폰, 포인트 등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9개 플랫폼은 그립, 네이버, 도매꾹, 롯데온, 우체국쇼핑몰, 쿠팡, 11번가, G마켓옥션, H몰이다. 플랫폼 선정 기준은 ‘제품 범위’와 ‘선호도’라고 보도자료에 적혀 있었다.
문제 큰 정산주기도 제각각
민지혜 중소기업부 기자
‘재무건전성’이 왜 선정 기준에 들어가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과거 중기부가 티메프에 입점하는 소상공인을 지원했을 때 티메프의 재무건전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언론의 비판이 잇따랐는데도 말이다.이에 대해 중기부 담당 관계자는 “추석 전에 신속하게 판매 지원을 해야 매출이 발생하니까 빠르게 결정한 것”이라며 “(안정성도) 충분하게 고려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뭘 평가했는지 묻자 “종합적으로 봤다”고만 답했다. 이번엔 다른 관계자에게 신용등급이나 이익률, 정산주기, 자본금 등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냐고 묻자 “그 기준을 밝히면 9개에 선정되지 않은 다른 플랫폼은 마치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연 다른 플랫폼의 평판 관리가 피해 소상공인의 신뢰 구축보다 우선하는 걸까. 티메프 미정산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게 “이번엔 진짜 안심해도 된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번에 소상공인들에게 공개된 정보는 공고문에 붙어 있는 9개 플랫폼의 정산주기, 플랫폼별 지원 내용이 전부다. 신용등급,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등 재무건전성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그렇다면 공개 정보인 정산주기가 짧기는 한 걸까. 티메프는 정산주기가 최대 60일이 넘어 피해가 더 컸다. 그런데 쿠팡은 60일 이내, 도매꾹은 최소 2일~최대 30일, 네이버쇼핑은 구매 확정 후 1일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특히 쿠팡은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대금 지급 일수 기준인 ‘60일 이내’에 딱 맞췄다. 단지 거래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60일 정산주기인 쿠팡에 입점을 지원하는 게 소상공인을 위하는 일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가용할 수 있는 돈을 다 끌어모아 80억원의 지원 예산을 마련한 것”이란 중기부 담당 국장의 발언에서 시급성과 진정성은 느껴진다. 다만 소상공인의 마음을 두 번 다치게 하지 않으려면 좀 더 신중한 잣대를 적용하고 이를 가감 없이 공개해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도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9개 플랫폼과 다를 바 없는 ‘인기’ 오픈마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