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을 여기서 볼 줄이야"…TV 틀었다가 깜짝 놀란 이유 [김세린의 트렌드랩]

12회

한예슬·소유진이 '라방'을…쇼호스트 대신 연예인 나선 까닭
홈쇼핑업계, 연예인 앞세운 '모바일 라방' 전쟁
판매 중심 가성비 아닌 젊은 '발견형 소비' 지향
CJ온스타일, 한예슬·안재현 등과 '모바일 라이브쇼'
GS샵 소유진 앞세운 '소유진쇼'로 주부들 홀리나
사진=뉴스1
부진을 겪던 TV 홈쇼핑 업계가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라방) 사업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직접 설명해서 판매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을 내세운 점이 눈에 띕니다. 단순히 연예인을 기용해 화제성을 키우려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기존 판매 방식인 '상품 정보 및 가격 중심'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취향을 제안하는 수단으로 쓰겠다는 겁니다. 업계는 판매할 상품군과 이미지가 부합하는 연예인들을 섭외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경쟁력을 확보하는 추세입니다.
사진=김세린 기자

연예인 손잡고 라방 '판' 키운다…'취향 소비' 겨냥

사진=CJ온스타일 제공
31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업계가 라이브 커머스에 공을 들이는 데엔 해당 시장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보다 성장세가 높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온라인쇼핑동향조사 자료와 라방바 데이터랩 라이브커머스 방송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은 10%에 그쳤습니다. 반면 국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시장 성장률은 27%로 이를 웃돌았습니다.

이 기간 CJ온스타일의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성장률은 81%라고 합니다. CJ온스타일은 올해 상반기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한 회당(방송 중 기준) 순 주문액 1000만원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라이브 방송 횟수는 전체 방송의 45%로, 라이브 커머스 업계 전체(13%)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CJ온스타일은 지난 22일 '넥스트 콘텐츠 커머스' 미디어 데이를 열고 기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방식을 탈피한 차별화 전략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소비 트렌드가 상품 정보와 가격 중심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아닌 고객 개개인의 가치가 반영된 '취향 소비'로 진화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입니다.
사진=CJ온스타일 제공
회사는 유명 연예인 5명을 앞세운 신규 프로그램 '모바일 라이브쇼'를 통해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핵심 상품군인 패션과 뷰티, 리빙, 프리미엄 유·아동, 신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MC 라인업에 힘을 준 게 특징입니다. 출연료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 연예인들이 직접 상품을 판다는 콘셉트인데요. 그만큼 돈을 투자하더라도 연예인을 섭외하겠다는 건 고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팬덤 유입 효과를 보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배우 한예슬은 '한예슬의 오늘 뭐입지?'를, 뷰티 프로그램 겟잇뷰티를 진행한 이력이 있는 가수 소유는 '소유의 겟 잇 뷰티 프렌즈'를 진행합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서 화제를 모은 배우 안재현은 '안재현의 잠시 실내합니다!'로 리빙용품을 팝니다. 세 아이를 둔 '젊은 엄마'이자 가수 선예는 '선예의 아이프로'로 프리미엄 유·아동 상품군을, 아나운서 출신 사업가 김소영은 '김소영의 신상 시사회'로 신상품을 판매합니다. 회사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 대해 "단순 상품 정보가 아닌 셀럽의 일상이 녹아든 이야기를 들으며 가치를 발견하고 팬덤까지 이어지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미정 CJ ENM 커머스 부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앞으로 고객에게 가치와 취향을 전달하는 ‘발견형 쇼핑’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며 "각 분야를 대표하는 셀럽과 함께 만들어갈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콘텐츠의 저력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욕설' 쇼호스트 퇴출 그 후…'입증된' 연예인 선점

사진=GS샵 제공
이에 질세라 GS샵은 다음 달 6일부터 배우 소유진이 진행하는 '소유진쇼' 첫 방송을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GS샵은 "소유진이 일과 가정, 자기 계발 등 모든 분야에서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는데요. 회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소유진쇼 전용 매장을 마련하고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도 제작하는 등 젊고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 접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특히 회사 측은 "홈쇼핑은 방송 심의를 받기 때문에 정제된 단어와 표현이 기본 소양인데 소유진이 이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TV홈쇼핑 생방송 중 "XX"라고 욕설해 논란이 인 뒤 업계에서 퇴출당한 정윤정 NS홈쇼핑 쇼호스트 사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풀이됩니다. 당시 NS홈쇼핑 측은 충성 고객들에게까지 불매 운동 움직임이 확산하자 즉시 정 씨의 복귀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GS샵은 소유진이 다양한 연령대 고객을 아우르는 인지도와 인기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쌓아 온 '살림템'에 대한 안목과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상품 제안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유진은 첫 방송 판매 제품으로 독일 프리미엄 주방용품 브랜드 '휘슬러'의 프라이팬을 선택했는데요. 그는 "평소 아이들을 위해 자주 요리하다 보니 본인이 가장 편하고 솔직하게 설명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선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연예인들도 쇼호스트를 대신하는 '얼굴'이 됨으로써 호감도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소유진은 "드라마부터 예능까지 방송 경험은 많지만, 홈쇼핑은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느껴진다. 매우 떨리지만 내름을 걸고 진행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쇼호스트 욕설 사건이 업계에 큰 타격이 간 선례가 있으니 돈이 더 들더라도 평소 말실수를 하지 않는다든지 평판이 좋은 연예인을 택한 사례가 나온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