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되면 폭락한다고?…첫 임기 때 '따따블' 폭등 반전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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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태양광 ETF, 트럼프 1기 때 '300% ↑'
풍력株도 시장 평균보다 높은 70% 상승
석유·천연가스 관련주는 되려 50% 하락
"공화당 텃밭에 신재생에너지 시설 많아
최근엔 86%가 공화당 지지 지역에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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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가 에너지 관련 종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증권가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주 각 분야는 집권 정당에 따라 수혜 여부가 가장 명확하게 엇갈릴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월가에서는 "카멀라 헤리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신재생에너지주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정유·천연가스주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죠.정말 그럴까요? 트럼프 1기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앞서 트럼프 후보는 2017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일했습니다. 이 기간 미국에 상장된 대표적 풍력·태양광·정유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가 흐름을 살펴봤습니다. 살펴볼 종목은 아래에 나열한 3개입니다.▲Invesco Solar ETF(TAN) : 미국 증시의 대표적 태양광 ETF입니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이 ETF 편입 종목의 국적은 미국이 54.32%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중국(15.19%), 이스라엘(5.88%), 독일(5.50%) 등입니다.▲First Trust Global Wind Energy ETF(FAN) : 미국 증시의 풍력 ETF 대표 종목입니다. 이 ETF의 편입 종목 국적은 미국이 16.30%에 그치고 덴마크(15.78%)나 독일(11.01%) 등이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다만 미국이 시장으로서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ETF 주가가 미국 상황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Energy Select Sector SPDR ETF(XLE) :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종목을 담은 미국 상장 ETF입니다. 이 ETF 편입 종목의 국적은 100% 미국입니다. 종목으로는 엑슨모빌(23.80%), 셰브론(16.75%), EOG리소시스(4.95%) 등이 있습니다.
트럼프 1기 때 그의 당선이 확정됐던 2016년 11월 8일부터 연임 낙선이 확정됐던 2020년 11월 3일까지 이들 3개 종목의 주가 흐름을 살펴봤습니다. 그러자 재밌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기간 TAN과 FAN은 각각 305.92%, 71.83% 상승해 57.47% 오른 S&P500지수를 압도했습니다. 화석연료 관련 종목인 XLE는 되려 47.37% 떨어졌습니다. 최근 나오는 트럼프 후보 당선 시의 시나리오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왜 이런 모습을 보였을까요. 화석연료 ETF는 그럴 수 있다고 치죠. 이 분야 종목의 실적은 워낙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이건 미국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실제로 트럼프 집권기 때 원유 가격은 약세를 보였고, 이 때문에 정제마진이 축소돼 정유주는 실적 부진을 겪었습니다.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종목은 당시 트럼프의 성향에 따라 약세였을 법한데요. 실제로는 그와 달리 강세를 보였던 거죠. 이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이 재밌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첫해인 2016년 미국 정부는 환경 관련 정책에 정부 예산 59억달러를 지출했습니다. 이를 사용한 곳을 부처별로 나눠보면 에너지부가 27억달러로 절반에 달했습니다. 환경 관련 예산이 에너지부로 가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에 활용되겠죠. 이 돈은 47%가 공화당을 지지하는 선거구에서 쓰였습니다.
김강일 KB자산운용 이사는 "태양광, 지상 풍력 발전소가 공화당 지지 지역에 많이 있어 트럼프로서는 관련 예산을 넉넉히 편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이 예산이 현지에서 막대한 일자리와 경제 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비교적 최근 나온 조사 결과는 더 명확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 그리고 이들 시설이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는 그리드배터리는 공화당 지지 선거구에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이들 3개 분야에서 각각 상위 10개 지역(전기 생산·저장 용량 기준)을 모아서 집계해 보니, 전체 용량의 86%가 공화당 지지 지역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가 이번 선거 때 집권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주가 부진할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리서치 회사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의 케빈 북 매니징디렉터는 "태양광, 바람 등 자연 현상은 정치적으로 중립이지만 관련 발전시설이 있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이들 시설이 있는 지역에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으면 공화당 정부가 여기 예산을 많이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