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NO.2 뱅가드, 환경 사회 주총안건 다 '반대'

ESG 투자에 신중해진 자산운용사들

"기존 제안 반복이거나 기업에 불리한 내용이라 반대"
Vanguard
글로벌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미국 기업들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 환경·사회적 주주 제안 안건을 한 건도 지지하지 않았다. 블랙록 역시 환경 관련 주주제안에 대거 반대하는 등 한 때 기업에 활발하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요구했던 투자자들이 신중해졌다.

1일 뱅가드의 스튜어드십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7월~2024년 6월 열린 미국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뱅가드는 환경·사회적 이슈 관련한 주주제안 400건에 대해 한 건의 찬성표도 던지지 않았다. 스튜어드십은 투자를 위임받은 기관의 사회적 책임 등에 관한 행동 지침을 의미한다. 뱅가드는 액티브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연기금과 개인 등의 자금 9조3000억달러를 위임받아 운용하며, 올해 4100개 미국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가했다. 뱅가드는 올해 디즈니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두 명의 이사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애플 주주들이 자신들에게 회사의 인공지능(AI) 사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라는 주주제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ESG투자가 유행했던 2021년 뱅가드의 펀드는 환경·사회 이슈 주주제안의 46%에 찬성표를 던졌었다. 종교단체의 주주제안을 취합하는 인터페이스기업책임센터의 팀 스미스 선임 정책고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뱅가드는 주주의 신념을 대변하는 책임 있는 수탁자가 되는 대신 게임에서 손을 떼고 있다”며 “매우 놀랍고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뱅가드는 자신들의 ESG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고, 개별 제안들이 전부 부적절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해당 기업과 관련이 없는 문제에 대한 제안이거나, 환경 관련 제안이 기업에 재무적으로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반복된 제안도 상당수였다. 예컨데 대형은행 웰스파고와 케이블TV·통신서비스 기업 차터 커뮤니케이션의 주주총회에선 과거 회사 공개 및 이사회 감독관련 이슈와 관련된 주주제안을 지지했다. 이후 두 회사 이사회 감독 절차가 강화됐음에도 올해 주주들이 다시 동일한 제안을 했기 때문에 반대했다고 뱅가드는 설명했다.

블랙록도 같은 기간 미국 기업에 제기된 환경·사회 주주제안 493건 가운데 4%인 20건에 대해서만 찬성표를 던졌다. 2021년 찬성률 47%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블랙록의 주드 압델 마제이드 글로벌 투자책임자는 FT에 “고객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안건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