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몽마르뜨에 사는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손모은입니다" [인터뷰]

대학교 1학년때 클래식 바이올린에서 재즈 바이올린으로 전향
나윤선 이후 25년만에 佛 라데팡스 재즈 콩쿠르서 수상
프랑스 3대 재즈 클럽 누비며 실력 입증
올해 7월 '라데팡스 재즈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연주자상을 탄 사람은 한국인 손모은(32)이었다. 세계적인 재즈 가수인 나윤선은 1999년 이 콩쿠르에서 상을 받았다. 그 뒤로 25년만에 한국인 재즈 음악가가 수상한 것이다.

손모은은 프랑스의 3대 재즈 클럽인 선셋 선사이드(Sunset-Sunside), 배제 살레(Baiser Salé), 르 바르비종(Le barbizon)를 포함한 유명 재즈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재즈 바이올리니스트다.
사진제공. 손모은
"음악으로 더 멀리 나아가고 싶다"던 그를 지난 8월 말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재즈 그룹 '손모은 프로젝트'의 내한 공연을 마무리 짓고 파리로 돌아가려던 채비를 하던 중이었다. 올해 공연은 그의 수상 소식으로 일찍이 매진되며 성황을 이뤘다.

"클래식 연주자가 되려고 독일에서 공부할까 하다가, 재즈 연주자가 되기 위해 프랑스로 방향을 틀었어요. 음대 1학년 때였는데 스테판 그라펠리(Stephane Grappeli)의 라이브 영상을 봤어요. 바이올린으로 표현한 재즈 선율도 좋았고, 재즈 그룹 멤버들끼리 연주를 주고 받는 모습(인터플레이)도 제가 꼭 해보고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손모은은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창단 멤버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았다. 음대에 진학한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국내 음대의 분위기는 너무 답답했다. "프랑스어도 하나도 모르면서 무작정 스테판 그라펠리의 나라로 떠났어요."
사진. ⓒRadio France
이후 13년동안 그는 '음악'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집안의 지원에 무작정 기댈 수가 없었어요. 공부하면서 프랑스 생활을 이어갈 새로운 기회를 봐야했죠." 손모은은 불로뉴 국립음악원(CRR de Boulogne-Billancourt)에서 재즈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뿌리가 돼 준 클래식 음악도 놓지 않았다. 므동 국립음악원(CRD de Meudon)에서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해 수석 졸업했다. 2019년에는 음악 학교 친구들과 함께 손모은 프로젝트라는 재즈 그룹을 결성했다. 올해 이 팀은 프랑스 최대 음악 라이브 채널(France usique)에도 헤드라이너로 초청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손모은은 "다양한 음악가들과 교류하고 실험하고 싶어서라도 프랑스에 더 머물러야 했다"며 "공부한 김에 재즈 음악 교수 자격을 취득해 바로 면접을 봤다"고 했다. 음악가로서 자신을 지탱해주는 것은 곧 프랑스에서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리메 국립 콘서바토리, 스윙 로만 아카데미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훌륭한 교수들로부터 배웠던 것을 본인이 나눌수 있어 행복하다고.

15살에 손모은은 다이어리 맨 앞장에 "에펠탑이 보이는 집에서 살기"라고 적었다. "지금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몽마르뜨에서 살면서 음악가로서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어 행복해요. 그 버킷 리스트는 이뤄진 것 같아요." 매년 한국에서 공연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오게 되면, 비로소 집에 왔다는 마음에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는 그다.
사진제공. 손모은
손모은 프로젝트라는 독특한 팀 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금은 팀원들이 된 음악학교 친구들과 공연을 했는데, 어떤 관객이 '당신들이 하는 재즈는 어떻게 검색을 해야 하냐'고 물었어요. 한참 망설이다가 옆에 있던 친구가 '이 장르는 손모은 재즈'라고 대답했어요. 그 후로 저희 팀 명도 자연스레 제 이름을 따오게 됐습니다."

손모은 프로젝트가 발표한 곡들은 전부 손모은이 작곡한 곡들로 채워져있다. 그윽하게 활로 현을 긋는 연주부터 현을 손가락을 튕기는 연주까지, 손모은은 다양하게 바이올린을 켠다. 클로드드뷔시의 서정부터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정열이 골고루 느껴질 정도로 힘이 있는 음악들이 수록돼 있다. "프랑스에서 (손모은 프로젝트의 곡에 대해) '심상' 혹은 '이미지'가 연상되는 음악이라는 평가를 많이 듣고 있어요. 영화 음악 작업을 해볼 기회가 생기면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오는 5일 파리 13구 센 강에 정박된 선착장 '엘 라맹'에서 공연을 연다. 손모은은 "파리 올림픽 개막식처럼 야외에서 공연을 하게 돼 기대된다"며 "파리에 계신 분들이 부담없이 찾아주시고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