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에 14조 몰렸는데…주가 4분의 1토막 난 엔시스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2차전지 검사 장비 강자
엔시스 아산 본사를 가다
진승언 부사장, 제2 도약 예고

“동박제조장비로 중국 시장 공략
포켓 디가스 장비 만들어 실적 우상향
46파이 배터리 조립장비도 새 먹거리
2026년 매출 3000억 돌파 도전”

하나證 “올해 영업이익 129억”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1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진승언 부사장이 전극 공정 검사 장비 코터 검사기를 소개하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포켓 디가스(Degas) 장비, 동박 제조 장비,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조립 공정 장비 등 신성장동력을 장착했습니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에 이어 2026년 매출 3000억원 돌파에 도전하겠습니다.”
충남 아산시 음봉면 스마트산단3로 18에 위치한 엔시스 본사. 아산=윤현주 기자
진승언 엔시스 부사장(1985년생)은 지난 13일 미래 사업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진 부사장은 진기수 대표의 아들로 현장에서 사업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그의 언론 인터뷰는 올해 처음이다. 엔시스의 본사는 충청남도 아산시 음봉면 스마트산단3로 18에 있다. 이 신공장(2022년 8월 22일 준공)은 전방 셀업체 투자 확대 및 대규모 수주 대응을 위해 약 167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는데 면적은 1만4604㎡고 생산능력은 연간 2000억원 정도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다.
한혜수 대리가 도면 작업을 하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국내 유일 2차전지 전체 공정 검사장비 제작 … “수주잔고 728억”


엔시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극부터 모듈 및 팩 공정까지 전체 공정을 커버하는 2차전지 검사장비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극공정(전지원단에 양극, 음극, 활물질 도포 및 코팅 후 일정 크기로 절단하는 단계)에선 코터검사기·절연코팅검사기·소형전지검사기 등이 있고, 조립공정(제작 극판을 캔 또는 파우치 셀 형태로 조립하는 단계)의 경우 초음파용접 검사기·레이저용접검사기·전면테이프높이검사기 등 13개의 장비가 있다. 활성화 공정(완성 배터리의 전지 활성화 불량품 선별, 전지 등급 부여 단계)에서는 상부외관검사기·실판검사기 등을 만들고 있고, 모듈 및 팩 공정(각 배터리를 용접, 전기차에 탑재 가능하게 제작하는 단계)의 경우 상부/측면 용접검사기와 HV홈검사기 등이 있다.
최청수 과장이 부품 가공 장비를 작동하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기업 역사를 살펴보면 1세대 비전검사장비 연구원 출신의 진 대표가 15년 간의 실무 기술을 기반으로 2006년 1월 엔시스 법인을 설립했다. 진 대표는 LG산전(1986~1997년/현 LS일렉트릭) 연구원 출신으로 미래산업 이사(1997년~2002년), 나이스텍비젼(2002~2006년) 등을 거쳤다. 2차전지 머신비전 분야의 핵심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장비산업을 선도하는 게 경영 목표다. 주로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과 거래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수주잔고는 2021년 2분기 262억원에서 지난 2분기 728억원까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차대호 과장이 측정 성적서를 검토하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청약 증거금만 14조 몰렸는데 … 3년 5개월 만에 주가 75% 폭락


2021년 4월 1일 코스닥 상장했는데, 당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은 1468 대 1을 기록했고, 희망 공모가(1만3000원~1만6500원) 상단인 1만9000원에 공모가가 확정됐다.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257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청약 증거금만 14조588억원이 몰렸다. 상장일 시가는 공모가의 2배인 3만8000원에서 출발했고, 장중 4만4100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680만주 거래량이 터졌지만 종가는 3만1400원에 거래를 마친다. 이후 ‘3만원 안착’에 실패한 후 18일 현재 1만11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상장일 고점 대비 3년 5개월 만에 주가는 74.83% 폭락했다.
진 부사장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 수요가 감소하며 2차전지 배터리 제조사들이 생산능력(CAPA) 확대 계획을 지연 또는 보류하게 됐지만 든든한 수주잔고로 인해 올해 실적은 역대 최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기훈 차장이 비전 프로그램 설치를 하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동박제조장비·포켓 디가스 장비·46파이 배터리 공정 장비가 새 먹거리


특히 세 가지 신성장동력에 대해 강조했다. 먼저 “자회사 엔메카시스를 통한 전체 라인에 대한 자동화 시스템 및 검사장비 탑재를 통해 기존 동박제조장비 라인의 고도화 연구개발(R&D)을 완성해 동박제조장비 시장 진입 및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중국 동박제조 메이저 업체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완료했고 해당 업체의 신규 공장 증설에 참여해 파일럿(시범) 라인 구축에 대한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동박제조장비는 1라인에 깔리면 약 300억원 정도의 매출이 예상되는데 맞춤 설계 방식이라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동박 제조 시장 점유율이 높은 중국에서 기술력과 영업 노하우를 쌓고 본격적인 글로벌 수주전에 뛰어든다는 각오다. 해외 동박제조장비 시장은 약 1조원 규모인데 기업 경쟁력을 높여 추가 매출을 노린다.
이삭 대리가 기구부 설계 작업을 하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포켓 디가스 장비도 빼놓을 수 없다. 진 부사장은 “파우치 타입 셀에 대한 활성화 공정 중 전해질이 주입된 2차전지 셀에 대한 충방전 공정에 의해 셀 내부에 발생되는 가스를 제거하는 게 디가스 장비다”며 “일반적으로 진공 챔버를 활용해 가스를 제거하는 장비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공 챔버가 없는 포켓 디가스 장비를 개발해 신규 고객사에 해당 장비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결과가 곧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장비의 장점은 기존 라인 대비 레이아웃이 대폭 감소해 장비 설치 및 인프라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포켓 디가스 장비 기대 효과로는 공정 기존 라인 대비 5m 감소(5억원 감소)로 고객사가 큰 금액을 아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캐즘 국면이 지나 기존 라인 변경과 신규 라인 증설 때 포켓 디가스 장비 공격 영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규림 대리가 비전 프로그램 프리 테스트를 하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테슬라가 공들이고 있는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에서도 조립 공정 장비 경쟁력이 있다. 진 부사장은 “2차전지 원통형 46파이 조립 공정 턴키(일괄수주계약·TurnKey) 능력을 보유한 엔테크시스(옛 라경엔지니어링, 지분율 80%)를 자회사로 편입했다”며 “턴키 실적이 있는 엔테크시스와 협업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와 46파이 조립 공정 장비 기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46파이 배터리 개발이 대세가 되면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 먹거리들이 계획대로 된다면 2026년 매출 3000억원 돌파를 노려볼 수 있다.
연일모 상무가 외관 검사기를 소개하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가능성 … “적자 안 나면 무조건 배당”


경영 성적표도 상승 곡선이다. 2019년 매출 319억원, 영업이익 37억원에서 올해 매출(하나증권 전망) 783억원, 영업이익 129억원이 예상된다. 증권사 전망치가 맞는다면 첫 영업이익 100억원 돌파다. 상반기 매출 311억원, 영업이익 68억원으로 올해 역대 최대 실적 가능성이 높다.
엔시스는 검사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직접 가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총 주식 수는 1055만6344주로 진 대표(지분 43.35%)와 진 부사장(10.92%)이 지분 50%를 넘게 갖고 있다. 자사주는 2.12%, 외국인 지분율은 2.53%로 유통 물량은 약 40% 정도다. 상반기 기준 소액주주는 2만2299명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94억원, 유형 자산은 175억원이다. 시가총액(1172억원)의 40%가 넘는다.
엔시스 본사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우량한 재무 상태와 신성장동력 날개에도 주가는 연초 대비(1만40원) 오른 게 없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진 부사장은 “상장사의 기본은 실적이다”고 답했다. 그는 “2차전지 강소 기술 기업을 인수하거나 전략적 지분 투자로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며 “본업인 2차전지 제조공정에서 성장성·안정성·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장 이후 매년 당기순이익의 15% 이상의 배당 성향을 통해 기말 배당금을 지급했고, 올해도 그 성과를 주주들과 나누겠다”고 말했다. 적자만 나지 않으면 배당은 꾸준히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주당 배당금은 2021년 70원(배당수익률 0.34%), 2022년 60원(0.60%), 2023년 40원(0.40%)이었다.
박창현 이사가 회사 특허증(등록 16건, 출원 5건)을 보여주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또 “지난해 약 3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도 실시해 주가 안정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이 5만2422주(13일 종가 환산 땐 하루 5억8000만원 거래)에 그쳐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힘든 거 아니냐는 지적엔 “국내 증시 상황 및 거래 활성화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한 후 무상증자 카드를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박지성 과장이 46파이 배터리 장비 외형 검사를 하고 있다. 아산=윤현주 기자
투자 긍정 요인을 묻자 “전기차 시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며 “배터리 셀 제조 업체들이 향후 공격 증설 시 엔시스의 수주도 늘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전기차 화재가 시장의 이슈로 떠올랐는데 검사장비 기업으로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본부를 신설했다”며 전고체 배터리 검사장비 및 공정장비 개발에도 나섰다. 투자 부정 요인은 전기차 업황 둔화와 낮은 거래대금이 꼽힌다. 2017년 대리부터 근무하며 구매, 제조, 영업, 기획 등 경영 수업을 받은 진 부사장은 “3년 내 2차전지 검사장비 기업이 아닌 2차전지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사를 다섯 글자로 표현해달란 부탁에 “뉴앤넥스트”라고 답했다. 엔시스의 사명이 뉴앤넥스트 시스템(New & Next System)의 약자인데 2차전지 업계에서 항상 새롭고, 보다 나은 고도화된 아이템 개발을 통해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증권가 “3년 연속 매출 성장 긍정적”


최재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근본적인 예방을 위한 출고 전 고정밀 배터리 검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로 머신비전 2차전지 검사장비 기업의 수혜가 전망되며, 중장기적으로는 불연성 고체로 이뤄진 전고체 배터리의 주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두 사업 모두 영위하고 있는 엔시스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제조기업 ONE(Our Next Energy)으로부터 약 130억원의 활성화 공정 포메이션 장비 수주를 받아 연말부터 생산 및 납품할 계획이며, 노르웨이 최대 배터리 기업 모로우(Morrow)는 최근 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장 준공을 마친 것으로 파악되는데 엔시스가 파일럿 라인 수주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점심 시간 엔시스 공장 내부 모습. 아산=윤현주 기자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엔시스의 머신비전검사장비는 2차전지 전 공정에 걸쳐서 검사가 가능한 장비로 국내외 다양한 고개사를 확보하고 있다”며 “신규 사업으로 배터리 후공정 장비 기업에 투자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분석했다. 또 “3년 연속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 영업이익은 무난하게 100억원을 넘길 것 같다”고 판단했다. 다만 “장비기업은 향후 수주가 중요한데,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점은 다소 부정적이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엔시스는 해외 고객군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수주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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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