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11만호 공급한다는 정부…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합니다 [최원철의 미래집]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세계적인 도시로 유명세를 얻은 두바이. 사진=에미레이트 항공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두바이는 아주 빠른 속도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도시로 탈바꿈했습니다. 국가 지도자가 미래세대를 위한 중개 무역산업 및 관광산업을 직접 총괄하면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정주 환경을 완벽하게 갖추고 또 이를 통해 엄청난 투자를 유치하여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곳입니다.

특히 두바이는 석유 매장량이 적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중개무역 산업에 집중했습니다. 제벨알리 경제자유구역을 개발해 두바이유를 포함한 중동 전체의 물류 허브가 됐고, 이를 통해 수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면서 두바이 마리나 같은 고급 주거단지를 형성했습니다.외국인의 정주를 위해 국제학교, 병원, 골프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가까운 곳에 두도록 계획했고, 대부분의 시설이 이미 준공된 상태입니다. 두바이몰과 에미레이트몰 같은 세계 최대 쇼핑몰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며, 매일 자정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온라인 쇼핑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대형 백화점과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두바이의 미래를 위한 랜드마크적 건축물의 가치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팜 쥬메이라' 인공섬의 빌라는 가치가 10배 이상 치솟았는데, 쌍용건설이 시공한 '아틀란티스 더 로얄' 호텔을 비롯한 이곳의 호텔 및 레지던스는 예약하지 않으면 잠시 주차하거나 실내를 구경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세계적인 명소가 됐습니다.
두바이 '팜 쥬메이라'에 위치한 아틀란티스 더 로얄. 사진=쌍용건설
두바이에 왜 외국인이 몰려들까요. 두바이는 한낮 기온이 45도에 달하는 더위와 높은 습도를 지녀 지옥 같은 사막 도시의 기후를 보입니다. 그런데도 초고가 호텔과 초대형 쇼핑몰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고 비싼 고급 빌라를 사들이는 것은 두바이가 랜드마크적인 건축과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조화시켜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특히 미래 세대 교육을 위해 만든 'The Museum of the Future'는 압도적인 외관을 지닌 것은 물론, 실내에도 각종 콘텐츠가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높은 완성도 덕분에 세계 최고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몰려들 만큼 미래 교육과 혁신의 중심지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정작 사람들이 살고 싶은 주거 공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재건축 용적률을 올려주고 내년까지 매입임대주택 11만호를 신축하겠다고 하는데, 내년까지 입주하는 일정으로 제대로 된 설계나 품질이 나올지 의문입니다.

급하게 많은 양의 주택을 공급하기보다는, 청년들이 살고 싶은 공간을 직접 설계하고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미래 세대를 위한 주거지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청년들에게 어떤 빌라에서 살고 싶은지 공모전을 열어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제 우리도 미래 세대를 위한 주택 공급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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