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조정 임박한 바이오산업, 옥석 가리는 기회로 삼아야

국내 바이오업계가 최악의 암흑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자금난이 장기화하면서 장비 매각, 인력 감축, 임상 중단은 물론 연구소마저 폐쇄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1000여 개 바이오기업이 모두 잠재적 매물이라는 극단적 위기감까지 도는 실정이다.

바이오 업황의 주요 가늠자 중 하나가 한국바이오협회가 운영하는 중고 장비 직거래 사이트의 매물 건수다. 현재 이 사이트에 올라 있는 매물은 최근 5개월 새 70%나 급증했다. 매물로 나와 있는 장비 내역을 보면 자금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의약품 보관용 냉동고, 세포 배양기 등 바이오기업에 필수적인 기본 장비들조차 처분하는 상황이다. 연구실을 폐쇄한 채 무늬만 바이오기업인 곳과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대표 혼자 덩그러니 남은 1인 기업도 있다.바이오업계 자금난의 가장 큰 이유로는 비현실적인 상장(IPO) 관련 규제가 꼽힌다. 바이오기업처럼 기술력은 있지만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혁신기업의 상장 문호를 넓혀준 제도가 기술특례 상장이다. 매출 기준으론 5년, 손실 기준으론 3년간 관리종목 지정을 유예해주는 게 골자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통상 10년이 걸리는 사이클을 감안하면 너무 엄격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더 철저히 시행해 바이오업계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 평가기관들의 허술한 평가 보고서 탓에 애초 상장되지 말아야 할 기업이 상장돼 공시 위반을 거듭하면서 투자자에게 불신을 초래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위기는 구조조정의 기회이기도 하다. 어차피 모두 살려갈 수 없다면 옥석 가리기를 통해 공멸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일시적 자금난으로 전도양양한 바이오 벤처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없도록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