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강의실도 '텅텅'…출구 안 보이는 의대생 복귀

학교 떠난지 8개월
새 학기도 학사운영 파행

개강 前부터 등록금 납부 거부
여전히 '의대증원 백지화' 고수

대학들, 퇴로 열어두고 있지만…
집단유급 막으려 등록기간 확대
F학점 대신 '미완학점제' 처리도
교육계 "사실상 복귀 가능성 없어
내년 발생할 현장 혼란 대비해야"
전국 의과대학들이 개강한 2일 오전 서울의 한 의대 강의실에는 교수 및 학생 대신 의사 가운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의·정 갈등이 8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의대생들은 여전히 학업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2일 서울의 한 캠퍼스. 새 학기를 맞아 설렌 학생들로 붐비는 다른 학과 건물과 달리 의과대학 강의실은 휑한 모습이었다. 2, 3학년 강의실 앞에는 각각 오전 8시 ‘2학년 강의’ ‘임상종합추론’ 수업이 예정돼 있었지만 강의실을 찾은 의대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의대 건물 관리 직원은 “개강했는지 모를 정도로 학생은 구경도 못 했다”고 말했다.

9월을 맞아 2학기가 시작됐지만 의대생들의 복귀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벌써 8개월째다. 학교 당국은 등록 기간을 미루고 F학점 대신 ‘미완(未完·incomplete)’학점을 주는 미봉책으로 집단 제적 사태를 넘기고 있다. 2학기에도 복귀 가능성은 없다는 게 일선 현장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증원 의대생과 휴학 학생의 복귀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집단유급 막으려 ‘미봉책’ 속출

9월 첫째주 월요일인 이날 대학들이 2학기를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의대생은 수업 거부를 이어갔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개강을 1주일 앞둔 지난달 26일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여전히 의대 증원 백지화와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2학기 등록금 납부도 거절했다. 일부 의대생 학부모도 투쟁에 나섰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은 지난달 말부터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80일 연속 집회’를 시작했다.

대학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집단 유급’을 간신히 막고 있다. 대규모 제적을 방지하기 위한 ‘등록 기간 연장’이 대표적이다. 의대생들이 2학기에 등록금을 미납할 경우 대규모 제적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추가 등록 기간을 두는 것이다. 경북대 의대는 오는 11월 이후 납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충남대 의대는 10월까지로 예정된 추가등록 일정 외에도 별도로 등록금을 수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충북대 의대는 2학기 등록 기간을 12월 말 이후 필요한 기간까지 연장할 예정이고, 전남대 의대 역시 지난달 말까지였던 등록금 납부 기한을 변경할 계획이다.

수업 거부 기간 이수하지 못한 과목을 F학점이 아니라 I학점(미완 학점)으로 처리하는 학교도 있다. 부산대 강원대 경북대 충남대 등이 미완 학점제를 검토 중이다. 의대생들은 F학점을 받으면 유급되는데, 일정 수업 이수와 시험 통과 요건만 충족하면 유급을 면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교육 여건 강화도 어려워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의대생들의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의대생은 의대 증원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고, 교육부는 “2025학년도 입시 절차가 시작된 만큼 올해 증원은 돌이킬 수 없다”는 입장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과 복귀하는 의대생이 같이 수업을 듣게 되면서 발생할 혼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수 1000명을 증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의학 교육 선진화 방안’을 이달에 발표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준비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A대학 관계자는 “내년 교육 여건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는 얼마나 많은 학생이 복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학생들의 의견도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복귀 의대생의 지원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B대학 관계자는 “지난 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수강하는 본과생이 소수 있다”며 “그러나 복귀한 의대생이 있다는 사실이 노출되면 다른 의대생 사이에서 타깃이 될 우려가 있어 비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