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밸류업 지수' 나오는데…ETF 성적 차별화 가능할까 [이슈+]

기업의 자사주 활용 주주환원 레퍼런스 적어
배당 무게 실리면 고배당 상품과 '대동소이'
"밸류업 기업 참여 유도해 차별화 모색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거래소가 이달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지수'를 선보이는 가운데 편입 종목 선정을 위한 주주환원 기준이 배당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기업들이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에 소극적으로 일관한 탓에 매입·소각 등 사례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지수 편입 기준이 배당에 무게가 실릴 경우 연말 출시되는 밸류업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도 기존 고배당 상품과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달 중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다. 기업가치 평가에 적합한 정량 지표를 기준으로 편입 종목을 선정할 계획이다.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기업의 경우 편입 장벽을 낮춰주는 등 우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는 현재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밸류업 지수 관련 상품화에 대한 1차 수요 조사를 마친 상태다. 이에 연말께 관련 ETF가 출시될 예정이다.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기업 선정 기준으로 △수익성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성과 등 세 가지를 예상한다. 특히 밸류업 정책의 핵심인 주주환원 부문에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문제는 그동안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에 나선 국내 기업 수가 극히 적다는 점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주식 수가 줄면서 주주에게 돌아가는 주당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또 자본총계가 감소해 투자 대비 수익률도 올라간다.

업계에선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자사주 5% 이상 보유 기업 470개사 중 소각에 나선 곳은 8.1%에 불과했다.이 같은 상황 속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 기준에서 자사주 소각이 불명확할 경우,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투자 매력도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미 시장에는 대형주 위주의 종목들로 구성된 고배당 ETF 등이 다수 출시된 만큼 차별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입 종목에 대한 자금 유입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밸류업 지수에 대형주들이 편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주주환원 부문을 평가할 때 배당만으로도 지수 편입에 무리가 없게 되면 고배당 우량주를 담은 기존 ETF와 차별점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봤다.

다른 관계자는 "밸류업 정책에서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중요한 축"이라며 "이와 관련한 데이터가 많지 않아 거래소에서도 (지수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주주환원을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많이 해야 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결과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야 차별점을 갖춘 ETF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현재 밸류업 프로그램은 '당근과 채찍'이 모두 부족해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밸류업 계획을 밝힌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총 29개사로 전체(2595개사)의 1.1%에 불과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가 26%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할 수 있도록 법인세 지원 등의 유인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밸류업 지수에도) 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과 소각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들의 주주환원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