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한국 진출'은 이제 시작"…중국 전문가의 충격 경고 [성상훈의 산업스토리]

정유신 교수 "중국 기업의 대규모 진출은 이제 시작
낡은 규제 시스템 고쳐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산업계의 최근 최대 화두는 중국의 한국 시장으로의 대규모 진출이다. 중국 제품의 국내 진출은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저가 저품질 제품 위주였다. 하지만 올들어 하이테크 기술 제품을 만드는 회사 및 플랫폼 업체들의 국내 시장 위협이 늘어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래 한국의 먹거리로 꼽히는 배터리, 플랫폼, 이커머스,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에 대한 위협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경영학과 교수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겨우 1차 진출이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는 중국 전문가다. 그는 중국의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AI, 이커머스, 기후테크 등 분야의 대규모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알테쉬(알리·테무·쉬인) 사태는 국내 주요산업이 앞으로 어떤 위협을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그동안 국내 산업이 효율성을 크게 제고하지 못했던 약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알테쉬는 15억 인구 대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연구한 뒤 유통망, 소비자 심리 분석을 끝내고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며 "과연 우리의 배송이슈 인프라가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갖춰져 있나를 따져봐야한다"고 했다.

그는 "유통 부문이 무너지면 유통산업에 참여하는 셀러들 무너지고, 브랜드 없는 중소벤처기업들은 외국에 종속될 수 있다"며 "산업 침공을 막지 못하면 벨류체인 자체가 무너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중국은 배터리, 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 및 기후테크 부문에서 우리의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가고 있다"며 "한국 입장에선 어느 순간 알테쉬에 의해 충격을 받은 것처럼 친환경 전환이 필요한 어떤 한순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정 교수는 그러면서도 "한국이 관세 등 무역 장벽을 치는건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산업 구조상 중국 회사나 제품이 한국으로 아예 못들어오게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중 수출 비중이 매년 1~2위를 다투는 만큼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결국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한다"며 "정책과 규제 문제도 크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한국은 산업 정책을 다룰때 글로벌 마인드가 약하다"며 "산업 정책의 기본은 국내 기업이 해외로 나가 경쟁하는 것을 돕는다는 게 되야 하는데,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전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AI로 글로벌 시장 장악하니 오히려 규제가 다시 약해지고 있고, 반대로 국내 마인드로 규제가 강한 유럽은 빅테크가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 골목상권만을 먹으려는 시도는 제재할 수 있지만 글로벌로 나가 싸우려는 시도는 발목을 잡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글로벌 경쟁을 항상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중국과의 경쟁 및 해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벤처기업의 꾸준한 등장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기업은 어쩔 수 없이 한계체감을 피할 수 없는 면이 있다"며 "아무리 혁신을 외쳐도 숙명적으로 기존 기업들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국가의 산업이 발전하려면 새로운 기업, 새로운 산업을 태동시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AI시대에는 개혁과 혁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나의 수익모델의 지속가능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이라며 "많은 벤처기업들이 등장해 꾸준한 혁신을 이루고 신사업 개발을 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