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국민차마저…제조 경쟁력 뒤처지고, 中 쓰나미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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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위기 맞은 폭스바겐폭스바겐그룹은 독일 제조업의 상징 같은 회사다. 장인들이 빚어낸 완벽한 품질은 폭스바겐에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타이틀을 안겨줬다. 하지만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폭스바겐의 힘은 빠지기 시작했다. 내연기관 시대에는 상대도 안 됐던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갈아타면서 폭스바겐의 주력 시장인 중국과 유럽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폭스바겐은 조금씩 코너로 몰렸고 급기야 창사 87년 만에 처음으로 본토 공장 폐쇄를 추진하게 됐다.
독일내 공장 폐쇄된적 없어 '충격'
블루메 CEO "새 경쟁자 진입에
자동차산업 매우 어렵고 심각"
높은 인건비로 獨 생산성 추락
주가는 3년6개월 만에 44% 하락
글로벌 車메이커 모두 위기
BYD, 2분기 글로벌 판매 7위로
中 상반기 車수출 279만대 1위
○폭스바겐 공장 최소 2곳 폐쇄
폭스바겐이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곳은 30여 년 전 미국 피츠버그 조립 공장이었다. 이후론 단 한 곳도 폐쇄하지 않았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찾는 글로벌 수요가 충분했기 때문이다.영원할 것 같던 ‘폭스바겐 전성 시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2~3년 전부터였다.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그럴듯한 디자인과 1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폭스바겐 텃밭인 중국 본토와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 이로 인해 폭스바겐그룹의 올해 상반기 판매 대수는 430만1000대로, 작년 상반기(444만8000대)보다 뒷걸음질 쳤다. 특히 폭스바겐 판매량의 35%를 차지하는 중국 판매량은 134만 대로 1년 전보다 7.4% 줄었다.
판매 부진은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101억유로)은 11% 줄었다. 영업이익률(6.3%)은 글로벌 자동차업계 1위 도요타(10.6%)와 3위 현대자동차·기아(10.7%)에 크게 못 미쳤다.폭스바겐이 독일 공장 폐쇄에 나선 배경이다. 업계에선 폭스바겐이 폐쇄 대상으로 본토 공장을 콕 집은 이유를 낮은 생산성에서 찾고 있다. 유럽은 높은 인건비와 폭넓은 직원 복지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공장보다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ING가 폭스바겐의 공장 폐쇄 추진에 대해 “수년간 경기 침체와 성장 없는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우디도 비슷한 이유로 벨기에 브뤼셀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실적 악화와 함께 주가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폭스바겐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3.73% 빠졌다. 173유로였던 2021년 3월과 비교하면 3년6개월 사이 44% 급락했다.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비용 절감 목표를 당초 100억유로에서 140억~150억유로 늘릴 계획이라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가 보도했다.
업계에선 폭스바겐발(發) 공장 폐쇄가 다른 대형 자동차 메이커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탈리아 피아트와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 미국 크라이슬러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의 올 상반기 순이익(56억유로)이 48% 감소하는 등 상당수 대형 자동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글로벌 ‘넘버7’ 된 BYD
중국 자동차 업체의 추격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중국 증권일보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된 287개 중국 자동차 업체의 올 상반기 매출은 총 1조790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다. 순이익(783억위안)은 15.5%나 불었다.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는 2분기에만 98만 대를 판매해 세계 7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위에서 단숨에 일본 혼다와 닛산, 스즈키를 제쳤다.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카도 생산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끄떡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BYD의 상반기 매출은 3011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15.7% 늘었다. 순이익(136억위안)은 24.7% 증가했다. 덕분에 BYD 주가는 연초 이후 이달 2일까지 25.1% 뛰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BYD가 지금처럼 팔리면 올해 중국 밖에서만 약 40만 대를 판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은 상반기에 자동차 수출 1위 국가(279만 대)가 됐다.
신정은/한경제/임다연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