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라 바야데르> 大戰에 김기민 박세은 전민철 뜬다

유니버설발레단 9월 27~29일, 국립발레단 10월 30일~11월 3일
마린스키 형제 솔로르로 맡붙는다...김기민(국립) VS 전민철(유니버설)
파리오페라발레단 박세은도 국립발레단의 니키아로 나서
안무가도 엔딩씬도 모두 다른 라 바야데르 대잔치
올 가을 국내 양대발레단이 동일한 장소에서 똑같은 고전 발레로 맞붙는다. 투입되는 물량과 요구되는 예술적인 기량이 만만치 않은 대작 <라 바야데르>를 통해서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국립발레단이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작품을 공연한다. 크리스마스 대표 레퍼토리인 호두까기 인형을 제외하고 두 발레단이 같은 작품을 비슷한 시기에 올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6년만에, 국립발레단은 3년만에 이번 작품을 공연한다.라 바야데르란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이다. 인도의 힌두사원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의 주인공은 무희 니키야(국립발레단 표기로는 니키아)와 니키야를 사랑하는 전사 솔로르다. 주인공급 주역으로는 솔로르를 사랑하는 공주 감자티와 니키야를 차지하려는 제사장 브라만이 있다. 브라만의 계략으로 국왕이 공주 감자티를 솔로르와 결혼시키려 하면서 주인공들의 사랑은 비극을 맞는다.

주역 '솔로르'에 김기민과 전민철 기용

공연이 앞선 유니버설발레단은 국립발레단보다 먼저 캐스팅을 확정지었다. 가장 마지막 공연(29일)에 솔로르로 마린스키발레단의 입단시험을 지난 7월 통과한 발레리노 전민철(20)을 내세웠다. 국립발레단의 솔로르에는 마린스키발레단의 한국인 수석무용수 김기민(32)이 캐스팅됐다. 김기민은 2009년 백조의 호수에서 한예종 재학 당시 지크프리트 왕자로 데뷔한 바 있으며, 한국인 최초로 마린스키발레단의 발레리노로 입단해 세계적인 발레리노가 됐다. 3년전 그가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무대에 서려했다가 불발됐던 무대이기에 더 기대를 모은다. 게다가 파리오페라발레단의 한국인 수석무용수인 발레리나 박세은이 국립발레단의 니키아가 된다. 박세은은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하기 전 잠깐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했었다.
국립발레단의 니키아 (2021년 공연, 수석무용수 박슬기) / 사진.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의 니키야 (2018년 공연, 수석무용수 강미선) /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같은 작품, 다른 안무·의상·무대

양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같은 줄거리를 다루지만, 발레 팬들이 비교해 관람할 수 있는 요소가 적지 않다. 발레단마다 각기 다른 안무가의 버전을 공연하는 덕분이다. 국립발레단은 전설적인 러시아 안무가인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국립발레단만을 위해 재창작했던 라 바야데르를 공연한다. 국립발레단은 과거부터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영향을 받으며 정상급 실력을 갖춘 발레단으로 도약한 바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프랑스 출신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고안한 작품을 올린다. 고전 발레 명가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안무가였다. 1막에서 니키야, 솔로르, 감자티, 브라만의 얽히고 설킨 관계와 그 안에서 격정적인 동작이 이어지는 점은 비슷하다. 이후 드라마가 절정에 이르고 결말에 이르는 2막과 3막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2막, 솔로르와 감자티의 약혼식 / 사진. ⓒ국립발레단
2막의 감자티와 솔로르의 약혼식(유니버설발레단의 표현으로는 결혼식)에서 선보이는 디베르티스망과 니키야의 독무, 그리고 온몸에 황금칠을 하고 높이 도약하는 '황금신상'의 춤 역시 두 발레단의 버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의상으로도 화려한 경쟁을 펼친다. 국립발레단은 120여명의 무용수가 200여벌의 의상을 소화하고 유니버설발레단은 150여명의 출연진에 400여벌의 의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무대 장치도 차이가 있는데, 유니버설발레단의 경우 감자티와 솔로르의 결혼식에 길이 2m, 무게 200kg·1m의 코길이를 가진 '대형 코끼리'를 등장시켜 화려한 볼거리를 더했다.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2막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 /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이 표현하는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안무는 막과 막 사이에 흘러가는 음악을 강조하고, 간단한 마임이 이어지는 장면에 발레의 춤을 더 삽입해 연결성과 스토리 몰입감이 두드러진다. 유니버설발레단이 '라 바야데르 정통의 맥을 잇는다'고 표현한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는 현재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이 무대에 올리고 있는 버전과 동일하다. 장식적이고 화려한 동작이 특징. 유니버설발레단은 관계자는 "창단 40주년인 올해 더욱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발레단 역량을 집중시켰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차이는 엔딩

라 바야데르를 건 발레단의 자존심 경쟁의 절정은 3막에 등장하는 발레 블랑(백색발레) 장면인 '망령의 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32인의 무용수가 하얀 옷을 입고, 아름다운 군무를 펼치는 명장면이다. 무용수들은 경사면을 따라 일정한 아라베스크(양 팔을 벌리고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는 동작)를 한 채 서서히 내려오게 되는데, 첫번째 등장한 무용수는총 46번의 동작을 반복하게 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망령의 왕국 /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의 망령의 왕국 / 사진. ⓒ국립발레단
가장 큰 차이는 엔딩씬에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엔딩은 군무를 추는 무용수들 사이에서 솔로르와 니키야가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한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꿈에서라도 이루겠다는 두 사람의 모습을 스카프로 연결해 강조한다. 국립발레단의 엔딩은 연인을 잃은 솔로르가 절망에 빠지며 망령의 세계에 빠져들고, 어둠 속에서 그녀의 환영을 보게 된다. 이후 현실로 돌아온 솔로르가 독백을 하며 짙은 여운을 남긴다는 게 특징이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