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남편이 아내를 지배하는 시대에

[arte] 손태선의 발레 화가의 서재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
예술을 하는 사람을 ‘아티스트’라고 한다. 조금 더 작게 분류하자면 창작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칭한다.

회사 구조로 본다면 상품의 제작, 홍보, 판매, 운송 등 제각각 파트가 있겠지만 보통의 작가를 보면 1인 기업이라 할 수 있겠다. 작품의 구상, 제작, 홍보, 판매, 운송 등 모든 일을 한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나 아이웨이웨이 같은 작가들은 조수나 직원들이 하겠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거의 직접 한다.
훌륭한 예술가가 되는 법?

예술가의 마음은 자기 속에 내재한 작품을 흠 없이 완전하게 풀어놓으려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서 셰익스피어의 마음처럼 작열해야 한다. 그 안에 어떤 방해물이 있어서도 안 되고 태워지지 않는 이물질이 끼어서도 안 된다.

예술가, 그중에서도 여성이라면, 또 쇼와 시대 정도 된다면 예술을 하기가 만만치 않았으리라..현명한 남성은 여성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절대 말하지 않는다. (말보다 주먹인가?) 아내에 대한 구타는 남성의 공인된 권리였고, 상층민이나 하층민이나 할 것 없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자행했다. 부모가 선택한 신사와 결혼하기를 거부하는 딸을 방에 가두고 구타하며 내동댕이친다 해도 여론에 전혀 충격적인 일이 아니었다. 결혼은 개인적인 애정의 문제가 아니었고 가족의 탐욕이 결부된 문제였으며 특히 기사도를 중시하는 상류층에서 그러했다. 자기 남편을 선택하는 것은 상류층과 중산층 여성에겐 여전히 예외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남편이 정해지면 그는 최소한 법과 관습이 지켜주는 한에서 그녀의 지배자이자 주인이었다. 나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또한 교육받지 못한 사람을 기만하는 방법도 있다고는 한다. 철학적 용어들. 이것은 대학에서 교육받지 못한 사람을 기만하기 쉽단다. '리얼리티'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일정치 않은 어떤 것(다분히 의존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 보인다).
도서 <자기만의 방> / 사진. ⓒ손태선
수백 년 동안 여성이 사랑 없이 자기 몸을 파는 것은 사악한 일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에게 몸을 주는 것이 옳다고 여겨져 온 것처럼, 사랑 없이 당신의 마음을 파는 것은 그릇된 일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예술에 마음을 주는 것이 옳다는 데 당신도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 없이 마음을 판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간단히 말해,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명령에 따라 당신이 쓰고 싶지 않은 것을 쓰는 것을 뜻한다.그러나 두뇌를 파는 것은 몸을 파는 것보다 더 나쁘다. 몸을 파는 사람은 순간적 쾌락을 팔고 나면 그 문제가 거기서 끝나지만, 두뇌를 파는 사람은 두뇌를 팖으로써, 그 무기력하고 사악하며 병든 자손이 세상에 퍼져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고 타락시키며 질병의 싹을 뿌린다. 당신의 두뇌에게 간통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하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여성이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흥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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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