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엔캐리 청산 끝났을까…"단정짓기 어려워, 日 펀더멘탈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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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엔화 매도 포지션 축소)이 다 끝났을까, 지난 8월 초 블랙먼데이를 촉발시킨 원인으로 두 가지가 지목받는다. 첫 번째는 미국 실업률로 산출하는 삼 경기침체 지수(Sahm Recession indicator)이고, 두 번째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7월 말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엔화는 급격한 강세를 보였고, 한 달이 지난 현재 시점에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다 끝났는가'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를 단순화해 예로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기준금리(0.25%)로 엔화를 조달해서 달러로 환전 후 미국의 기준금리(5.25%)를 수취하는 경우에는 연 5%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여기서 엔·달러 환율이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는 경우엔 엔화 가치 하락분만큼의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엔·달러 환율이 연 5% 이상 하락(엔화 가치 상승)하면 캐리트레이드 전략은 손해를 보게 된다.이론적으로는 캐리트레이드는 유의미한 수익률을 기록하기 힘들다. 그 이유는 투자하는 고금리 통화가 해당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높기 때문에 통화 가치가 절하(depreciation), 고금리 통화와 저금리 통화의 금리 차이는 두 통화의 환율 변동분으로 인해 상쇄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캐리트레이드 수익률은 유의미한 수익률을 거둘 수 없다고 보는 이론은 유위험 금리평형(UIP)이다. 이 이론이 현실에서 유지된다면 캐리트레이드로 얻을 수 있는 초과 수익률은 0에 수렴하게 된다.
하지만 학계에서 이루어진 많은 실증연구와 실제 성과에서 투자통화가 UIP 이론처럼 절하되기보다는 절상(appreciation)이 되거나, 투자통화의 절하 폭이 금리 차이보다 작다. 따라서 캐리트레이드 전략은 상당 기간 유의미한 초과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와 엔·달러 환율의 궤적을 살펴보면, 캐리트레이드 투자가 얼마나 유효한 전략인지 설명이 되는 부문이다.
이와 같은 캐리트레이드 수익률의 비대칭성에 대해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낸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프린스턴대 교수)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이러한 특성 때문에 캐리트레이드 투자자들은 작은 뉴스와 이벤트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이번 8월 초에 나타났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과정도 매우 급격하게 진행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집계하는 엔화의 투기적 포지션은 2021년 이후부터 순매도를 보이기 시작해 18만 계약까지 늘어나는데 3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8월 초 엔 캐리트레이드 포지션 청산 과정을 거치면서 엔화가 순매수로 전환되기까지는 불과 한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넓은 의미의 캐리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를 조달해서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방법 이외에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그 범위를 추정하는 것이 수요 측면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공급 측면에서 접근을 해보자면, 일본계 은행에서 역외 은행(역외 비은행 금융기관 포함)으로 대출된 엔화 금액을 대용(proxy) 지표로 활용해 볼 수는 있다. BIS에서는 그 금액이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약 90조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마저도 8월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과정이 반영된 데이터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따라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모두 끝났는가'에 대한 답변을 현재 시점에서 아무도 할 수 없다. 캐리트레이드 본래 의미로 접근하자면, 엔화에 대한 투기적 포지션이 순매수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상당부분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 보다 넓은 의미의 캐리트레이드로 보면 아직도 청산될 위험이 남아있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추가적인 청산이 진행될지 여부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속도에 달려있다고 본다. 미 Fed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시작으로,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가 엔화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한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향방이 궁금한 투자자라면 당분간 일본의 펀더멘탈도 같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엔화 매도 포지션 축소)이 다 끝났을까, 지난 8월 초 블랙먼데이를 촉발시킨 원인으로 두 가지가 지목받는다. 첫 번째는 미국 실업률로 산출하는 삼 경기침체 지수(Sahm Recession indicator)이고, 두 번째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7월 말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엔화는 급격한 강세를 보였고, 한 달이 지난 현재 시점에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다 끝났는가'이다.
캐리 트레이드 투자와 유위험 금리평형(UIP) 이론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 전략은 본래 저금리 통화를 조달해서 고금리 통화에 투자함으로써 국가 간의 금리 차이를 수취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캐리트레이드 수익률은 조달 통화와 투자 통화의 금리 차이, 투자 통화 대비 조달 통화의 환율 변동분으로 구성된다.엔캐리 트레이드를 단순화해 예로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기준금리(0.25%)로 엔화를 조달해서 달러로 환전 후 미국의 기준금리(5.25%)를 수취하는 경우에는 연 5%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여기서 엔·달러 환율이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는 경우엔 엔화 가치 하락분만큼의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엔·달러 환율이 연 5% 이상 하락(엔화 가치 상승)하면 캐리트레이드 전략은 손해를 보게 된다.이론적으로는 캐리트레이드는 유의미한 수익률을 기록하기 힘들다. 그 이유는 투자하는 고금리 통화가 해당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높기 때문에 통화 가치가 절하(depreciation), 고금리 통화와 저금리 통화의 금리 차이는 두 통화의 환율 변동분으로 인해 상쇄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캐리트레이드 수익률은 유의미한 수익률을 거둘 수 없다고 보는 이론은 유위험 금리평형(UIP)이다. 이 이론이 현실에서 유지된다면 캐리트레이드로 얻을 수 있는 초과 수익률은 0에 수렴하게 된다.
하지만 학계에서 이루어진 많은 실증연구와 실제 성과에서 투자통화가 UIP 이론처럼 절하되기보다는 절상(appreciation)이 되거나, 투자통화의 절하 폭이 금리 차이보다 작다. 따라서 캐리트레이드 전략은 상당 기간 유의미한 초과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와 엔·달러 환율의 궤적을 살펴보면, 캐리트레이드 투자가 얼마나 유효한 전략인지 설명이 되는 부문이다.
캐리트레이드 청산 과정…"계단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는 것"
하지만 캐리트레이드의 가장 큰 단점은 수익률 급락이 빈번하고 그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캐리트레이드 수익률과 급락 위험에 대해 연구한 많은 실증 분석에서는 캐리트레이드 수익률 분포가 비대칭성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했는데, 특히 캐리트레이드 투자 거래는 그 규모가 서서히 증가하는 반면에 거래 청산은 일시에 대규모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같은 캐리트레이드 수익률의 비대칭성에 대해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낸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프린스턴대 교수)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이러한 특성 때문에 캐리트레이드 투자자들은 작은 뉴스와 이벤트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이번 8월 초에 나타났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과정도 매우 급격하게 진행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집계하는 엔화의 투기적 포지션은 2021년 이후부터 순매도를 보이기 시작해 18만 계약까지 늘어나는데 3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8월 초 엔 캐리트레이드 포지션 청산 과정을 거치면서 엔화가 순매수로 전환되기까지는 불과 한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넓은 의미의 캐리트레이드 추가 청산 가능성
엔화에 대한 투기적 포지션이 순매수로 전환됐다는 측면에서 조달 통화인 엔화의 지위는 상당부분 청산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넓은 의미의 캐리트레이드라는 개념으로 접근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청산이 됐는지 추정 자체가 매우 힘들다.넓은 의미의 캐리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를 조달해서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방법 이외에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그 범위를 추정하는 것이 수요 측면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공급 측면에서 접근을 해보자면, 일본계 은행에서 역외 은행(역외 비은행 금융기관 포함)으로 대출된 엔화 금액을 대용(proxy) 지표로 활용해 볼 수는 있다. BIS에서는 그 금액이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약 90조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마저도 8월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과정이 반영된 데이터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따라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모두 끝났는가'에 대한 답변을 현재 시점에서 아무도 할 수 없다. 캐리트레이드 본래 의미로 접근하자면, 엔화에 대한 투기적 포지션이 순매수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상당부분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 보다 넓은 의미의 캐리트레이드로 보면 아직도 청산될 위험이 남아있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추가적인 청산이 진행될지 여부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속도에 달려있다고 본다. 미 Fed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시작으로,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가 엔화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한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향방이 궁금한 투자자라면 당분간 일본의 펀더멘탈도 같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