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차 화재, 배터리 연구 심화 계기로 삼아야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최근 잇단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기술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기술은 이미 성숙도가 높고, 국내 기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으므로 더 정교한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차별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최근 사고들은 배터리 품질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안전성 강화가 경쟁국인 중국과의 기술 차별화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2차전지 기본에 대해 일반인의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가령 충전도 100%는 제조사의 다양한 환경 평가를 통해서 설정된 ‘완충전’ 조건으로 ‘과충전’과는 구별돼야 한다. 과충전은 100%를 넘어가는 상황을 의미하며, 현재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해 소프트웨어적으로, 릴레이 차단 방식의 하드웨어적으로 다단계로 제어되고 있다. 과충전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겠다. 따라서 일부 지역 사회에서 과충전을 피하기 위해 충전율을 80%로 제한하려는 시도는 용어를 잘못 이해하면서 확산한 실효성 낮은 대책으로 볼 수 있다.연구개발의 관점에서 2차전지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연구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은 경쟁국과 기술 수준을 차별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화재의 원인을 제거하는 연구뿐만 아니라 화재 가능성을 진단, 감지하는 연구가 균형감 있게 확립돼야 한다.

원인을 제거하는 연구로는 △셀의 구성 요소에 내화성을 강화하는 연구 △내화성이 강화된 셀 구조 개발 연구 △셀 간의 내열성을 강화하는 내열·내화성 패드 개발 연구 △셀 간의 열전이 현상을 이해하고 최소화하는 연구 △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공정 전반에 걸친 품질 관리 연구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셀의 노화·열화를 진단하는 연구는 △셀의 건강도 정량화 연구 △셀 단락 감지 알고리즘 연구 △BMS를 활용한 온보드·오프보드·클라우드 진단 프로토콜 연구로 구체화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차량의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한다. 단순히 친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함을 넘어서 전동화는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등 부상하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기존 내연기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국가와 기업들이 전동화의 큰 변화 속에서 기술 부재로 도태하는 상황도 확인되고 있다. 전동화를 위해 선제 투자를 강행한 우리 산업이 시장에서 우월성을 확장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수립해야 한다. 다시 한번 기술 초격차를 위해 진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