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지수 옵션 거래 돈 된다"…美증시 흔드는 '변동성 베팅'

이번주 고용지표 대거 발표
"시장 불확실성 커진다" 판단

ADP 8월 민간고용 9.9만건
시장 예상치 크게 밑돌아
실업률·신규 일자리 발표 주목
월가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에 베팅하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자들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 옵션에 대거 투자하고, 판매한 딜러들은 헤지를 위해 주식 매도에 나서자 주가 급락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하로 본격적인 경기둔화 대응에 나설 때까진 각종 경제지표에 투자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며 증시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규모 커지는 VIX 투자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찰리 맥엘리곳 노무라증권 자산전략 매니징 디렉터는 메모를 통해 VIX 급등에 베팅하는 옵션이 지난달 30일 대규모로 거래됐다고 밝혔다. VIX는 S&P500지수 옵션의 변동성을 측정한다. 향후 30일 동안 시장의 예상 변동성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만큼 변동 폭이 커지기 때문에 ‘공포지수’라고도 불린다.

투자자들이 지난주 VIX 급등에 베팅한 것은 이번주 고용지표가 대거 발표되기 때문이다. 이날 7월 구인·이직 보고서가 나왔고, 6일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및 실업률 발표가 예정돼 있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더 둔화하면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주가가 내려갈 수 있고, 이에 따라 VIX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주가 급등락 폭이 커지는 만큼 VIX는 올라가는 구조다.

미국 고용시장은 차츰 냉각되는 추세다. 5일 미국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 ADP가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8월 민간 부문 신규 일자리 고용은 9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예측치 14만4000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 6월 이후 줄곧 23만 건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7000건으로 전주 대비 5000건 줄었다고 발표했다. 다우존스 전문가 전망치(22만5000건)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여기에 지난 3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변동성에 불을 붙였다. 이날 PMI는 47.2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47.5)를 소폭 밑돌았다. 주요 경기 선행 지표인 제조업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50보다 낮으면 위축을 뜻한다. ISM 제조업 PMI는 5개월 연속 50을 넘지 못했다. 경기 둔화가 예상되자 주가 하락을 점친 투자자들이 더더욱 VIX 옵션 투자에 나섰다.

○VIX 투자 헤지 위해 주식 매도

VIX 옵션 투자는 예상치 못하게 주가 급락에 기름을 붓고 있다. 주가 하락에 대비하는 투자자들에게 VIX 옵션상품을 판매한 딜러들도 헤지를 위해 VIX 옵션을 매수하고 나섰다. 또 주가지수 선물 매도를 통해서도 주가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 딜러들의 헤지 활동이 주가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되거나 엔비디아 같은 대형 기술주와 관련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주식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둔화의 길목에서 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속도와 강도에 따라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좌우될 수 있어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김세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