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닮은 'AI 로봇' 먼 얘기, 노동의 종말은 오지 않을 것"

로봇이 바꾼 일자리 지도

로봇 '세계 1위' ABB 부회장
"완전한 무인공장 쉽지 않아"
ABB 직원이 산업용 로봇에 작업 범위를 지정해주는 모습. /김우섭 기자
ABB는 ‘산업용 로봇의 시작이자 끝’으로 통한다. 1974년 산업용 로봇의 시초가 된 전기모터 기반의 용접·도장·조립 로봇을 처음 개발한 곳도, 1998년 중앙통제실에서 제어하는 디지털 로봇을 최초로 내놓은 곳도 ABB여서다. 사람과 로봇이 서로 도우며 일하는 협동로봇과 사람처럼 두 팔로 작업하는 로봇을 처음 선보인 회사도 ABB다. 매출(지난해 43조4700억원)과 영업이익(6조5700억원) 역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이런 ABB의 로봇·자동화 부문을 8년째 이끄는 사미 아티야 부회장은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고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수십 년 안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달 28일 스위스 취리히 본사에서 만난 그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AI) 로봇은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단기간에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고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아티야 부회장은 테슬라와 BMW 등이 휴머노이드 기반의 무인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산업용 로봇 제조 경험 부족으로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사람의 지속적인 도움 없이 로봇만으로 움직이는 공장을 꾸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로봇과 사람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다 긴밀하게 협력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노동의 종말’은 이론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티야 부회장은 다만 AI가 로봇의 업무영역을 크게 늘려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정해진 경로만 오가는 로봇은 물류와 자동차 공장 등 제한된 곳에서만 쓸 수 있지만 AI가 적용되면서 건설, 농업 등 여러 변수가 있는 곳으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취리히=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