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막히자 신용대출로…사흘 새 5000억 폭증

벌써 8월 증가액의 절반 넘어
국내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사흘 새 5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자 ‘풍선 효과’로 신용대출에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사흘 동안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대비 4713억원 폭증했다. 지난 달 증가액(8495억원)의 절반이 넘는 액수가 단 사흘 만에 불어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186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지난달 주담대 증가액은 8조9115억원이었다. 국민, 신한은행은 각종 대출 억제 방안으로 주담대 잔액이 이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 은행 부행장은 “대출 수요가 여전한 만큼 당분간 신용대출 증가 추이를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은행들은 ‘신용대출 광풍’을 차단하기 위해 추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이날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 범위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번엔 '신용대출 문턱' 더 높일 듯

신용대출 한도가 높은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고객들이 아직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지 않은 은행을 찾아 나서면서 특정 은행에 대출 신청이 몰리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4일 3영업일 동안 신용대출 잔액이 1387억원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농협은 380억원, 국민은행은 733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증가액 격차는 100억원 남짓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확 낮추면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부터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1억~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등은 최대 연소득의 150% 범위에서 2억원까지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지난달 벌어진 ‘대출 회피 경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제한하기 위해 주담대를 제한한 은행들이 이번엔 신용대출을 막기 위해 각종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이달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은행권 대출 규제로 주담대, 전세대출이 막히자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로 자금을 융통하려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풍선 효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김보형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