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 x 필립 콜버트 x 아르떼 "모두의 예술이 진정한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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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F-프리즈 서울 2024]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의 본질은 미술 장터다. 관심과 돈이 있는 사람들끼리 작품을 사고파는 행사란 얘기다. 수억~수십억 원에 이르는 고가의 작품들이 거래되는 세상은 남의 얘기처럼 들리기 마련이다. 미술은 박물관과 갤러리, 수집가들의 전유물인 걸까.
'K11 & 아르떼 아트토크'
11만명 찾은 디스트릭트의 서울역 전시
콜버트, 6일 석촌호수에 16m 랍스터 설치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공공예술 작가들의 시선은 달랐다. 이날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K11 아트살롱&아르떼 아트 토크'에서다."미술품이 컬렉터의 소유가 되기보다, 모두의 예술이 될 때 더 큰 에너지를 얻습니다."(필립 콜버트)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예술품은 사람들한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죠."(김지현 디스트릭트 아트부문장)
이번 아트 토크는 예술후원기업 K11과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가 예술가들을 초대해 마련한 행사다. 영국의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필립 콜버트와 한국의 디지털·미디어아트 기업 디스트릭트가 'Beyond the Reality(현실을 넘어서)'를 주제로 대담했다. 김보라 아르떼매거진 편집장이 사회자로 참여했다. 서울역에 일렁이는 거대한 파도이들 작가는 작품을 일반 대중한테 무료로 공개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디스트릭트가 지난 6~8월 서울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한 'reSOUND: 울림, 그 너머' 전시가 단적인 예다. 스크린에 파도가 일렁이는 대형 설치작 'OCEAN'(2022, 2024) 등 미디어아트를 보기 위해 총 11만명이 다녀갔다.
▶▶▶(관련 기사) 대형파도가 서울역을 덮쳤다 … 현실을 벗어난 꿈의 세계가 펼쳐진다디스트릭트가 공공 미디어아트에 뛰어든 건 2020년부터다. 이때 코엑스 외벽 대형 전광판에 띄운 'WAVE'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공공장소에도 전시됐다. 아나모픽 일루전 기법을 사용해 밀려오는 파도를 입체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김 아트부문장은 "처음엔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자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관객들의 입소문 덕분에 예상치 못한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올해 출범한 디스트릭트 아트프로젝트는 외부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골자로 한다. 작가 그룹이 미리 정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과 전시 공간의 성격에 따라 과학자와 비평가, 디자이너,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죠. 틀에 박히지 않은 작품이 나오는 원동력입니다."
디스트릭트는 몰입형 전시 공간인 아르떼뮤지엄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제주 등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방문객 총 600만여명이 다녀갔다. 김 아트부문장은 "2026년까지 국내외 20개 이상의 아르떼뮤지엄을 설립하고자 한다"고 했다.
"저희는 '예술의 민주화'를 추구합니다. 갤러리나 미술관도 중요하지만, 길거리 작품은 보다 넓은 렌즈에서 볼 수 있죠. 관객들이 자유롭게 예술을 탐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습니다."석촌호수에 들어선 초대형 로브스터
서울 잠실동 석촌호수에 높이 16m, 너비 30.5m의 초대형 로브스터 한 마리가 튜브를 타고 있다. KIAF-프리즈 서울로 '아시아 미술 수도'가 된 서울을 축하하듯 환한 미소와 알록달록한 복장이 눈에 띈다. 오는 6일부터 공개되는 필립 콜버트의 신작 '로브스터 원더랜드'의 모습이다.
이번 작품은 콜버트가 최근 몇 년간 세계 도시 곳곳에서 진행해온 '로브스터 연작'의 연장선에 있다. 싱가포르 마리나 샌즈 베이, 중국의 후난성 창샤, 영국 런던,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로마 등이 그의 무대가 됐다.
콜버트는 "물이 흐르는 베네치아의 운하와 달리, 잔잔한 석촌호수에 작품을 띄우기 위해 새로운 기계 장치를 고안해야 했다"며 "무엇보다 서울 시민들이 잠시 쉬어가며 웃을 수 있는 즐길 거리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1979년 영국에서 태어난 콜버트는 회화와 조각, 설치를 오가면서 '차세대 앤디 워홀'으로 꼽히는 작가다. 작품의 주요 특징은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로브스터 캐릭터다. 그의 로브스터들은 평범한 시민처럼 도심을 거닐고, 벤치에 앉거나 건물 옥상에 들어선다.
"저는 저의 작품을 '랍스터 랜드'라고 불러요. 실제 세상을 저의 캐릭터로 재해석해서 만들어낸 만화 같은 메타버스죠."
작가는 예술을 두고 '시간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그의 모티프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2022년 로마에선 피에타 동상을 오마주한 로브스터 조각을 설치했고, 필립스 런던에선 관객이 실제로 조종할 수 있는 로브스터 로봇을 전시했다."예술가로서의 '언어'를 넓히고 싶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만들면 때로 사람들은 미쳤다고도 하겠죠. 하지만 저는 처음 하는 도전에 흥분을 느껴요. 그게 예술에 자유의 의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안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