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 제한에 '안티모니' 사상 최고가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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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와 전선 등에 쓰이는 희토류 안티모니(Sb·안티몬)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출 제한을 발표한 영향이다. 중국이 미국의 무역 제재에 동참하는 동맹국들에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배터리 광물 공급망을 쥐고 흔들 경우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략적 금속' 안티모니 가격, 지난해 대비 2배 뛰어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도에 따르면 유럽과 중국에서 안티모니 현물은 톤(t)당 2만5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말 가격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달 15일 안티모니 수출 제한을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고 핵확산 금지와 같은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부과된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미국 및 유럽이 중국에 부과한 무역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했다. 수출 제한은 이달 15일 발효될 예정이지만, 대중 무역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며 안티모니 가격은 이미 급상승하고 있다. 수출 제한 발표 이후 가격은 5% 이상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2배 이상 오른 안티모니 가격 (자료=파이낸셜타임스)
안티모니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금속으로 통한다. 내화성과 내열성이 뛰어나 탄약, 미사일,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에서 필수적인 소재라서다.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톤 런던 홀가튼앤컴퍼니 광산 전략가는 중국이 수출 제한을 발표한 시점에 "안티모니의 군사적 용도는 이제 개를 흔드는 꼬리가 됐다"며 "무기에 필요하기 때문에 판매하기보다는 저장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전 세계적으로 청정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안티모니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었다. 안티모니는 유리의 투명도를 높일 수 있어 태양 전지의 덮개 유리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안티모니는 스마트폰 화면에도 쓰인다.

희토류 패권 쥔 中…서방 넘어 日 도요타도 위기

중국은 광물 시장에서 확보한 절대적인 지배력을 토대로 서방 세계와의 무역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중국 외 안티모니 공급망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 세계 안티모니 채굴량 48%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안티모니 생산국이다. 미국 지질 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안티모니 생산량은 4만t에 이른다. 2위인 타지키스탄(2만1000t) 생산량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3위인 튀르키예의 생산량은 6000t에 불과하다. 미국은 1997년 이후로 유통할 수 있는 안티모니를 채굴하지 않았다.

미국의 무역 제재에 동참하는 동맹국들에 중국이 경제 보복을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정책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고위 당국자가 일본이 중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및 유지, 보수를 추가로 제한하면 심각한 경제 보복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도요타 자동차 측은 중국이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접근을 차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했다.

중국이 서방 세력의 경제 제재에 '원자재 수출 통제'라는 맞불을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한 데에 대한 맞대응으로 갈륨 8종과 게르마늄 6종의 수출에 대한 제한을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갈륨 및 마그네슘 중 각각 80%, 6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다만 중국의 수출 통제가 계속될수록 호주나 캐나다와 같은 광물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 대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