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땐 '찔끔' 내릴 땐 '우수수'…삼성전자 개미들 '한숨'

사진=한경DB
'인공지능(AI) 랠리'에 참여하지 못한 삼성전자가 최근 AI 관련 반도체주와 함께 거칠게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오후 삼성전자는 1.0% 하락한 6만9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6만전자'로 내려앉았다. 올 초 이후 시작된 AI 랠리와 함께 국내 반도체주는 일제히 크게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올 초 이후 약 75% 급등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최고점까지 약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 초 7만9600원이던 주가는 현재 6만원대로 내려왔다. 오히려 AI랠리가 시작되기 전보다 주가는 더 떨어졌다. 'AI 고점론'이 부각되면서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할 때 같이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종이 상승할 땐 크게 오르지 못했다가 내릴 때 동반 하락하고 있는 건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개발 완료 시기가 반도체 호황 시기와 맞물리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삼성전자가 HBM3E 8단 제품의 퀄(품질)테스트를 마치고 공급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주가는 오히려 3.45% 하락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황의 다운 사이클이 곧 시작된다"고 경고하는 등 업계에서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실적 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주가는 업황이 고점을 찍기 약 6개월 전부터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HBM이 증시의 큰 화두로 떠올랐을 땐 개발이 늦어져 랠리에 끼지 못하다가 업황이 다운사이클로 진입하기 전 'AI 고점론'이 대두되자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한다는 소식이 들렸다"며 "투자자들이 기다려왔던 HBM 개발 소식이 너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패시브 펀드 투자자금의 화력이 강해진 영향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증시가 꺾일 때 외국 펀드들이· 종목을 한 개 씩 뜯어보며 매도하기 보다 '바스켓 매매'를 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하락세가 과도해진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