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탄소배출 줄여라…비행기 연료도 '친환경'

지속가능항공유(SAF)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여객기에 기름을 채워넣고 있는 모습. /한경DB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인천에서 출발해 일본 하네다로 가는 비행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s)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기존 항공유에 SAF를 1% 섞는 방식인데, 여기에 들어간 SAF는 에쓰오일이 만들었다. 국산 SAF가 국적항공사 여객기에 사용되면서 한국은 ‘세계 20번째 SAF 급유 국가’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인정을 받게 됐다. 대한항공에 이어 티웨이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도 오는 4분기까지 순차적으로 일본행 여객기에 SAF를 넣을 예정이다.

한국, 세계 20번째 ‘SAF 급유국’으로

SAF는 동물과 식물에서 유래한 바이오매스, 대기에서 포집한 탄소 등을 기반으로 생산한 친환경 연료다.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최대 80% 적다. 그러면서도 화학적 특징은 비슷해 항공기 구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까진 항공업계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꼽힌다.정부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를 반드시 1% 이상 넣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연간 약 16만 톤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승용차 5만3000대가 1년 동안 뿜어내는 탄소와 맞먹는 양이다.

2027년에는 ICAO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가 의무화된다. 항공사들은 국제항공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초과량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해야 한다. SAF를 급유한 항공사는 그만큼 배출권 구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해외 다른 선진국들도 친환경 항공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노르웨이는 2020년 세계 최초로 SAF 0.5% 혼합 급유 의무화를 시행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2% 사용을 강제하며 이 비율이 2050년에는 70%까지 올라간다. 싱가포르는 2026년, 일본은 2030년 의무화를 앞두고 있다.SAF의 단점은 가격이 일반 항공유보다 2~3배 비싸다는 것이다. 폐식용유, 동물성 유지, 팜 부사물 등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기존 원유보다 공정이 복잡해서다. 항공권 가격인상을 유발해 승객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유럽 루프트한자는 “EU 환경 규제를 맞추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들어 내년 1월 1일부터 티켓값을 최대 72유로(약 10만7000원) 올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운임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별도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비싼 가격은 흠 … 항공권값 인상 우려도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항공업계의 SAF 사용을 촉진하는 것 못지않게 정유업계의 SAF 생산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한국은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이지만 SAF 생산은 올해 상반기에야 시작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 세계 SAF 수요가 4000억 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연간 항공유 수요(3500억~4000억 톤)와 비슷한 규모의 거대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