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원론 산책] 수요견인·비용상승이 인플레이션 일으키죠

(108)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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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뿐 아니라 물가와 고용 안정도 국가 경제의 중요한 목표라는 것은 지난주에 이미 설명했다. 이번 주는 물가안정과 고용안정 중에서 물가안정을 우선 살펴보겠다. 물가가 불안하다는 것은 물가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계속해서 변동되는 것을 말한다. 물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inflation)’, 하락하면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한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극심한 경기침체가 아니고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물가 불안은 보통 인플레이션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물가 불안의 의미

물가란 한 나라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의 평균적인 가격 수준을 말한다. 인플레이션은 상품들의 가격이 평균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한 나라의 물가는 물가지수라는 지표로 측정이 가능하다. 이 물가지수가 오르는 걸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물가지수를 사용하면 물가가 상승한 정도를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를 ‘인플레이션율’ 또는 ‘물가상승률’이라고 부른다.물가가 높다는 것은 한 나라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의 평균적인 가격 수준이 높다는 것으로 물가지수 수치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것은 한 나라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의 평균적인 가격 수준이 크게 상승한다는 의미로 물가지수의 변동률인 인플레이션율 수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물가가 높다는 것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물가 불안은 물가가 높은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인 것이다. 고물가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적어질 뿐이지 물가가 불안한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낮은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물가가 낮아도 물가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

단기 인플레이션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이유는 총수요와 총공급이 변하기 때문이다. 총수요의 증가가 인플레이션의 주요한 원인이 되는 경우를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총수요는 가계의 소비나 기업의 투자 또는 수출이 늘어나면 증가한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총수요가 증가하므로 경기가 호황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이에 비해 총공급이 감소하여 물가상승이 일어나는 경우를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총공급의 감소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임금인상, 기술 진보의 정체로 발생한다. 호황을 수반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과 달리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침체)을 유발한다. 경기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총공급보다는 총수요의 변동이 더 자주 발생하므로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이 경기 호황과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기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완전고용을 달성한 장기적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완전고용 수준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이유는 생산량이 더 증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폐의 공급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완전고용을 달성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화폐를 발행하면 인플레이션율이 수천% 이상이 되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초인플레이션은 독일에서 1922년 1월부터 1924년 12월까지 발생했었다. l차 대전시기 시기에 독일은 패전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대규모 화폐 발행을 단행한 결과 3년 동안 인플레이션율이 무려 3조%가 되는 초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문제점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화폐 가치가 하락해 동일한 금액의 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양도 줄게 된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게 된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산능력에 변화가 없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율만큼의 명목임금 상승을 요구한다. 인플레이션율의 변동이 심하면 노동자들은 자신의 명목임금이 인플레이션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계산하느라 일에만 집중하기 어려워지게 되고 나아가 생산활동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이용하여 돈을 벌 수 있는 투기에 빠지기도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다음 주에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김형진 중앙대 강사
물가가 높다는 것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물가 불안은 물가가 높은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인 것이다. 고물가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적어질 뿐이지 물가가 불안한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낮은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물가가 낮아도 물가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