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설' 이후 꼭 등장…한동훈 대표는 '귓속말의 달인'? [이슬기의 정치 번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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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이해 힘든 정치인의 언행을 국민의 언어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하고, 현 체제를 만든 지 꼭 한 달이 되었습니다. 한동훈 지도부가 출범 초기 '친한 vs 친윤'으로 나뉜 계파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받았던 것을 떠올리면, 한동훈호는 지금까지는 큰 파열음 없이 비교적 순항하고 있습니다.
韓 체제 출범 초기 '친한 vs 친윤' 계파 갈등 우려
'친윤' 분류됐던 최고위원들과도 잡음 없어
'불통설·불화설' 후 꼭 등장하는 '귓속말' 효과?
국민의힘이 지난 전당대회를 치르며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까지 고려하면, 출범 한 달여 만에 당을 안팎으로 잘 추스른 셈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미 정치권에 잘 알려진 한 대표의 '식사 정치' 외에도 '귓속말 정치'가 소소하게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국회에서 열리는 각 정당의 회의에서 유독 셔터 세례가 쏟아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주요 정치인이 웃는다든가, 찡그린다든가, 놀란다든가, 물을 마신다든가, 악수를 한다든가 하는 순간들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그중에서도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으로 유독 자주 셔터 세례를 받고 있습니다. 긴밀하고 소통하고 있음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는 장면인데, 한 대표는 유독 특정 정치인과 불통설이나 불화설이 난 이후 공개적으로 귓속말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습니다. 전당대회 당시 서로 수위 높은 비난을 주고받았던 원희룡 전 장관과도, '불통설'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추경호 원내대표와도 한 대표는 귓속말을 나눴습니다. '현안에 대해 서로 각을 세울지언정, 인간적인 소통은 하고 있다'는 사인을 공개적으로 주는, '보여주기용 소통'으로도 보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당내 평가는 후한 편입니다. 한 대표의 '귓속말 정치'가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는 나름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통설이나 불화설이 확전하려던 순간 나오는 귓속말 장면은 보는 사람들에게 저절로 '두 사람이 잘 풀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한 대표는 특히 지도부 내에서는 '비한계'로 분류됐던 김재원 최고위원과도 자주 귓속말을 나누고 있습니다. 한 대표가 이를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귓속말 정치'는 실제로 나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훈 체제 출범 초기 당 회의에서 한 대표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거침없이 내놨던 김재원 최고위원이 최근 들어서는 '비한계'의 색을 빼고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한 여권 인사는 이와 관련해 "한 대표에게 '여우' 같은 면이 있다. 언론과 카메라를 적절한 때에 잘 이용한다"면서 "그건 마치 재능의 영역으로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