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일 관계 개선 역사적 책무"…기시다 "日 4차 한류는 尹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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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정상회담을 하고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실질 협력을 한층 가속화해 한·일 관계 개선의 흐름을 이어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연임을 포기한 기시다 총리의 후임이 누가 되더라도 현재의 한·일 관계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못 박은 것이다.
양국 공조 강화 논의
尹, 내년 양국관계 한단계 도약
인적교류 올해 1000만명 넘어
경제·안보 협의체 모두 복원
기시다, 퇴임 앞두고 '유종의 미'
日 다음 총리 누가 되더라도
한일 관계 중요성 변하지 않아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와 함께 일군 성과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됐다”며 “경제와 안보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정부 간 협의체는 모두 복원됐고, 올해 양국 인적 교류는 10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한·일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이 미래세대에 좋은 유산을 남겨주도록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3월 윤 대통령이 일·한 관계 개선과 관련해 큰 결단을 내린 이후 양국 협력이 크게 확대됐다”고 화답했다. 이어 “일본의 다음 총리가 누가 되든 일·한 관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또 “양국 정치상황에 따라 문화 교류가 유동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일본 내 4차 한류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강조했다.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각종 도발에 대비한 양국 공조 강화를 논의했고, 북한이 러시아를 뒷배 삼아 도발하지 못하도록 냉정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자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을 마친 뒤 청와대 본관에서 부부동반으로 만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한·일 관계 개선은 결코 순탄치 않은 과정이었다”며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역사적 책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속담에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며 “일·한 관계에 세찬 비가 온 적도 있지만 윤 대통령과 비에 젖은 길로 함께 발을 내디디며 다져온 여정이 일·한 관계의 새로운 시작이었다”고 했다. 이어 “‘경요세계(瓊瑤世界)’라는 말처럼 현대에도 일·한 양국이 서로를 비춤으로써 지역과 세계에서 함께 빛을 발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경요세계는 조선통신사 박안기가 시즈오카현 세이켄지에 남긴 편액으로 ‘두 개의 옥구슬이 서로 비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를 정상화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을 포함해 모두 12차례 만났다.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제3자 변제안)을 내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윤 대통령은 같은 달 일본을 찾아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12년 만에 셔틀외교(정상 상호 방문)가 복원됐다. 두 정상은 회담 및 공식 환영만찬을 한 뒤 통역만 배석한 ‘독대 2차 만찬’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소주와 일본 맥주를 섞은 ‘화합주’를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양국 관계를 논의했다고 한다.
두 달 뒤 한국을 찾은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해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매우 전향적인 발언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도 “많은 분이 대단히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두 정상의 셔틀외교 과정에서 일본이 한국에 가한 수출규제(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해제됐고,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정상화됐다.
한·일 관계 정상화는 한·미·일 공조 강화로 연결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과 일본 정상이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를 찾아 한·미·일 정상회의를 연 게 대표적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