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단속 때문?"…비트코인 약세 원인 분석에 '술렁'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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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비트코인 선물 2배 ETF' 29% 손실
연초 '강세 전망' 나왔지만 약세 지속 중
온라인 도박 등 지하경제 단속 강화 영향
텔레그램 CEO 체포도 투자 심리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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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상황은 이와 거리가 멉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사실 비트코인은 자산 자체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이라고 할만한 게 없어 가격 등락을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주식은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배당 등 주주환원 여력이 커지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그 주식 매수를 원하게 된다"는 식으로 펀더멘탈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현금흐름이 나오는 자산이 아니어서 그런 분석이 불가능하죠. 금처럼 수요·공급 예측이 이 자산 가격을 전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데요. 이와 관련해 각국 정부가 마약, 성범죄 영상 등을 사고파는 '어둠의 거래' 단속을 강화하는 게 비트코인 가격 부진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수요의 상당 부분이 어둠의 거래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은 수년 전부터 계속 나왔습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지난 1월 발표한 '카지노와 암호화폐 :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돈세탁, 불법 송금, 온라인 사기를 이끄는 것들' 보고서에서 "주요 블록체인 분석 회사는 불법적인 거래에 활용되는 암호화폐가 전체의 1% 미만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크게 과소 평가된 것"이라며 "암호화폐는 불법 온라인 도박 산업에서 자금을 세탁하는 데 쓰이는 가장 인기 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딥페이크 사건은 전년 대비 1530% 증가했는데 이 중 88%는 암호화폐를 얻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게재한 칼럼 '시장에서 공포 심리가 확산됐을 때 암호화폐 가격도 함께 내려간다'에서 "암호화폐는 정부의 통제를 피해 돈을 해외로 반출하고, 랜섬웨어에 감염된 컴퓨터 주인에게 돈을 뜯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국제 정보 관리 저널'은 지난해 발표한 '마약 단속과 암호화폐 시장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까? 그렇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24건의 주요 마약 단속 발표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수익성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며 "단속 소식이 시장의 위험(리스크)을 높인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또 유럽연합(EU)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용자의 거래 내역(발신자와 수신자의 개인정보 포함)을 수집해 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규제법(MiCA)을 지난 6월 시행했습니다. 이밖에 암호화폐를 이용한 마약 거래 등을 대대적으로 적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