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프라노 최지은, 한국 여성 성악가 최초 부세토 베르디 콩쿠르 우승

7일(현지 시각) 폐막한 이탈리아 부세토 콩쿠르에서 우승한 한국인 소프라노 최지은(왼쪽).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주세페 베르디 콩쿠르 제공
이탈리아 부세토에서 7일(현지 시각) 폐막한 제 60회 베르디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소프라노 최지은(33·사진 맨 왼쪽)이 한국 여성 성악가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콩쿠르는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가 활동한 지역 부세토에서 매년 열리는 최고 권위의 성악 콩쿠르다. 소프라노 최지은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 5000유로(약742만 원)를 받는다.

"콩쿠르 초반까지도 목이 안 좋아 마음을 졸였는데, 이런 좋은 결과를 얻다니 믿을 수 없어요."
이날 이탈리아 부세토의 베르디 극장. 최고 권위의 성악 콩쿠르로 꼽히는 베르디 국제 성악콩쿠르 결선에서 마지막 경연곡(베르디 돈 카를로 '허무함을 아시는 신이시여')을 선보인 소프라노 최지은(33)은 이렇게 말했다. 수상자로 호명되자 그는 얼굴에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수상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여러 콩쿠르를 겪었지만, 이렇게 고비가 많고 힘든 적은 처음이었다"며 "마음을 비우고 노래에만 집중했는데 이런 결과를 얻게 돼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어린 시절 교회 성가대를 통해 성악을 접하게 된 최지은은 그간 크고 작은 콩쿠르에 도전해왔지만 굵직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독일 라이프치히 바그너 콩쿠르와 이탈리아 쟌도나이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2023년 스페인 비냐스 국제성악 콩쿠르와 한국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에서 각각 특별상을 차지한 바 있다.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을 통해 천천히 꽃을 피워낸 그는 "이번 콩쿠르가 제 성악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주어지는 모든 기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베르디 콩쿠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콩쿠르 중 하나다. 베르디의 '마음의 고향'으로 불릴만큼 그의 활동 거점이었던 부세토 지역에서 열리는 이 콩쿠르는 오페라 레퍼토리를 중점으로 하는 성악도들을 위한 무대다. 올해로 60회를 맞이한 올해 콩쿠르에서는 배르디 음악 최고의 해설자로 불리는 이탈리아 테너 카를로 베르곤치(1924~2014)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달 2일~7일 열렸다.

최지은은 "베르디 음악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이 가득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원자들이 베르디 음악을 어떻게 소화하고 표현해내는지, 콩쿠르 관계자들과 현지 청중들의 관심이 무대에서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극장 안이 매우 더웠는데, 더위도 잊고 모두가 음악에 빠져들었습니다."그는 세미파이널 무대에서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 중 레이디 맥베스의 아리아 '어서 오라, 서둘러라'를 불렀으며 최종 결선에서는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엘리자베타의 아리아 '세상의 허무함을 아시는 신이시여'를 선보였다. 그는 "제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곡들로 골랐다"며 "결선 무대는 특히 음악, 사운드, 감정 등을 폭넓게 보여줄 수 있는 곡을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결선 무대에서는 11명의 파이널리스트 중 6번째로 노래했다.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그는 "기본적으로 좋은 소리와 호흡, 밸런스를 신경 썼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인물 자체에 빠져서 감정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단순히 테크닉인 부분을 넘어서 이 인물 자체가 되려고 했어요. 그간 공부했던 음악적인 요소를 최대한 끌어내고, 정확한 발음과 텍스트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최지은은 수원대 성악과 학사와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 음대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독일 코트부스 오페라극장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재원이다. 오는 10월에는 독일 코트부스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서 주인공의 연인 '아가테' 역을 맡는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주인공 초초상 역으로도 데뷔를 앞두고 있다. 내년 3월에는 국립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 부인 역할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그는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들로 행복하게 최대한 오래 노래하는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소리에만 치중하지 않고, 세밀하고 섬세한 음악으로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주는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천천히 성장해온 만큼, 제가 가진 가장 좋은 것들을 나누며 오랫동안 노래하고 싶어요."

최다은/조동균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