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회사의 적정 인력 산정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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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지시

CEO가 HR팀장을 호출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앉기가 무섭게 바로 "우리 회사 인력은 현재 적정 인력인가" 묻는다. 잠시 머뭇거리자 곧바로 “직무 분석을 통해 회사의 적정 인력에 대해 보고 하라”고 한다. 그 자리에서 직무 분석을 통한 적정 인력 도출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며 직무량을 파악할 때, 본인의 Job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직원들이 제출하는 본인 업무량 등이 사실보다 많게 작성될 수 있어 data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는 점, 그리고 직무 분석을 통해 직원들이 가지게 될 반감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CEO는 중요한 것은 직무분석이 아니라 적정 인력에 있다며, 다음 달까지 적정 인력을 확정해 보고 하라고 한다. 어떻게 적정 인력 규모를 산정할까?직무 분석의 장단점?

과거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30분 또는 1시간 간격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기록하게 하는 직무 분석을 진행했다. 직무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직무 이동 및 배치, 성장 경로 설정, 직무 분류 및 직무급 도입, 직무 및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진했다.

직무 분석의 장점은 인원별 직무량 파악이 제대로 된다는 가정하에 직무의 상세한 파악과 분석으로 직무 중심의 채용, 육성, 평가, 이동, 승진, 보상, 퇴직 등 인사제도 운영이 가능하다. 적정 인력을 정해 판매관리비를 줄일 수 있다. 만약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보다 보유 인력이 많으면 불필요한 인건비의 증가를 가져온다. 반대로 부족하다면 현업에서 일손 부족으로 기존 직원의 피로감과 불만은 높아질 것이다. 대책으로 채용 확대를 선택할 것이다. 사업에 대한 적정 인력을 파악해 사전에 대비하는 것은 현명하다. 적정 인력이 확정되면 현 인원과 비교해 조직과 직원의 계획적인 채용과 이동 및 퇴직이 가능하다.직무 분석의 단점은 현재 하고 있는 직무를 중심으로 담당자가 작성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래 발생 직무에 대한 반영이 어렵다. 또한, 담당자가 직무 분석의 의미를 예단하고 부풀리는 경향이 있어, 정확한 직무량 및 수준 파악이 곤란하다. 전에 컨설팅회사를 통해 인력 산정을 위한 직무 분석을 한 적이 있다. 30분 단위로 1달의 직무를 적게 했고, 1년의 업무와 소요 시간을 적게 했다. 30분 단위로 하는 직무는 전부 중요한 직무였고 다들 쉬지 않고 일을 했다. 1년의 업무와 소요시간을 분석하니 인원을 1.5배 가까이 더 선발해야 가능한 숫자였다. 평소에는 정시 퇴근하던 직원이었다. 학습 효과이다. 결국 직무분석을 했던 자료는 업무 기술서 정도로 하고 활용하지 못했다.

직무분석을 한다면, 연 2회 이상 점검하고 업데이트를 해야한다. 쉽지 않다. 직무분석을 해 이를 반영한다면 전 직무가 아닌 핵심 직무에 한해 부서별로 추진하고, 업무 매뉴얼 등을 만들어 놓으면 좋을 듯하다.

적정 인력의 산정적정 인력 산정시 직무 분석을 기초로 실시하는 회사도 있다. 사실 직무 분석에 의한 적정 인력 산정은 매우 어렵고 노력과 시간 투자에 비해 효과도 떨어진다. 이런 지시를 받고 못하겠다고 말할 수도 없다.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을 최대한 수집하고 분석하여 의견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외부적 요인은 경쟁사 비교인데, 이것은 매우 어렵다. 내부적 요인은 회사의 재무와 인력 지표가 바탕이 되어 3년 정도의 사업계획에 따른 인력 규모 산정이 옳다.

10여년이 지났지만, CEO의 지시를 받고 다음 4가지 프로세스로 적정 인력 산정을 한 적이 있다.
첫째, 지난 5년간 조직별 인원수 대비 매출/생산량 또는 주요 성과 (인사, 재무팀 자료 정리)
둘째, 현업에 3개년 계획 하의 년도별 주요 전략과 중점 과제 대비 필요 인원
셋째, CEO의 인력 조정 목표 및 HR의 1차 작업 후 본부장 피드백
넷째, CEO 주관 인사위원회에서 적정 인력 및 핵심 인력의 결정

CEO가 회사의 인력을 5% 감축하라는 지시에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전 조직에서 5% 줄인 인원을 제출하라고 하고 실행하면 된다. 이러면 공평하지만, 회사는 망하게 된다.결국 조직의 재무 기여도, 파급 영향력, 직무의 난이도, 숙련 정도, 미래 성장 등을 고려해 조직별 차별화된 비율에 따라 전사 5%를 만들어야 한다. 핵심 조직과 인력은 최대한 잡아야 하며, 저부가가치 직무를 수행하는 경쟁력 없는 조직과 인력은 대폭 축소할 수 밖에 없다. HR부서의 역할과 일 하는 방식이 뛰어나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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