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크라戰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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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국제부장러시아는 2022년 2월 28일 우크라이나와 휴전협상에 나섰다. 침공을 시작한 지 불과 나흘 만이었다. 러시아가 철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포기한 후 중립국으로 남는 방안이 같은 해 4월까지 긴밀히 논의됐다. 양측이 협정 초안에 합의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두 달 만에 전쟁을 끝내는 듯했던 협상은 결국 무산됐다. 이후 당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전쟁 지속을 권유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서방 관심서 멀어져가는 우크라
우크라이나 측 대러시아 협상 대표였던 다비드 아라카미아 의원은 지난해 11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총리였던 보리스 존슨의 개입을 언급했다. 존슨 당시 총리가 휴전협상 중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계속 싸우고 어떤 협정에도 서명하지 말라”고 권유했다는 것이었다. 다른 서방 국가들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평화협상을 중재했던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푸틴을 계속 때리라는 서방의 결정이 있었다”고 밝혔다.이 당시만 해도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들의 대러 항전 의지는 굳건해 보였다. 2022년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같은 해 러시아 국방예산(511억달러)에 맞먹는 485억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 가장 많은 242억달러 규모를 지원했다.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개전 이후 에너지·식량 가격 급등으로 서방 주요 국가들이 경제에 타격을 입고 지원 여력도 떨어졌다. 올해 초에는 공화당의 반대로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포함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미국의 지원이 중단되기도 했다.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했다. 전략 요충지인 동부지역에서는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로 진격하는 승부수를 던져 일부 점령에 성공했지만, 대신 병력이 분산돼 동부지역을 대거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아무도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2위 군사 강국인 러시아를 상대로 지금까지 싸워온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했다면 서방도 도와줄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개전 초기 망명 정부를 차릴 것을 권유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 굳건히 수도에 국민들과 함께 남아 그 유명한 ‘키이우 밤 산책’ 영상을 전 세계에 SNS로 공개했다. 그가 휴전 협정을 맺었다면 사실상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속국이 됐을 가능성도 크다.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아무도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맞닥뜨렸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파병한 국가는 한 곳도 없다. 자신의 복싱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우크라이나 파병을 주장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결국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보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강대국들과 인접한 한국도 외로운 싸움을 할 준비가 돼 있을까. 미국 대선에서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되는 상황에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