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헌재 기후소송과 미래 세대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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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엔 큰 비용 수반돼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중법)의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탄중법 제8조 제1항에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최소한 35%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수치로 적시돼 있으나 2031년부터 2049년까지는 구체적인 수치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한다는 이유로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청구인의 환경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여기서 청구인들은 2020년 3월 헌법소송을 제기한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 그리고 이후에 헌법소송을 제기한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123명, 아기기후소송단(5세 이하 39명, 6~10세 22명, 20주차 태아 1명), 환경단체 회원 51명이다. 소송단은 태아부터 유아, 청소년이 대부분이고 환경시민단체가 포함돼 있다.
국제 공조 바탕으로 장기 진행해야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번 판결은 한국의 기후정책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경제 분야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약 1년 반 동안 한국 정부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 법에 적시해야 한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2018년 대비 40%를 결정할 때를 회상할 필요가 있다. 목표만 덩그러니 수치화했을 뿐 수반되는 비용은 얼마인지, 재원 마련을 위한 세수나 전기요금에 관해 어떠한 언급도 없다.지구온난화는 다양한 이상기후로 인해 인적·물적 손실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공짜가 아니다. 천문학적인 감축 비용이 수반된다. 젊은 세대는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보지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도 수반된다.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열에너지와 수송에너지를 모두 전기로 바꾸고 청정 발전원에서만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철강, 시멘트, 반도체, 자동차, 비료, 조선, 석유화학 등 열 생산의 연료와 원료를 모두 청정 전기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석유를 정제한 항공유를 사용하는 비행기와 대형 선박 등의 연료를 모두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해야 한다.
에너지를 모두 전기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문제는 전기는 송전망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요즘 송전망 구축이 어렵다는 뉴스 일색이다. 전 국토에서 송전망 관련 주민들과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고 해결될 기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송전망만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도 반대하는 지역이 태반이다. 이런 일은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의 공통 문제점이다. 더해서 한국은 간헐성과 변동성이 극심한 나라이기 때문에 전기 공급 안정화 비용이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전기요금 상승은 필연이며 한두 배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에서 첫 번째 기후소송 당사자인 한국보다 먼저 기후소송을 경험한 독일 등 유럽은 적어도 3배 이상의 전기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후속 조치로서 법에 탄소감축 목표 수치만 적시할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 및 세금 인상의 연도별 목표도 같이 적시해야 한다.
한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 정도이고 온실가스 배출 비중도 1.6% 정도다. 중국은 GDP 비중이 15%이고 배출량 비중은 33% 정도다. 중국 미국 유럽 인도 러시아 등이 내뿜는 총량이 전체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한국에서 아무것도 배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구온난화는 다른 나라들이 줄이지 않으면 요원한 일이다. 한국만 지구를 지킨다고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