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건설투자 부진 당분간 지속…내수 회복 제약할 것"

두 달 연속 "경기 개선 제약" 평가
지난 5일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건설경기 부진은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사진=뉴스1
당분간 건설업 부문의 부진한 투자와 고용 둔화가 이어지며 내수 회복이 제약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간한 '경제동향 9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에도 높은 반도체 수출 증가세와 달리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는데 두 달 연속 '경기 개선이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특히 "(건설수주 등) 건설투자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을 감안하면 당분간 건설투자 및 관련 고용(건설업)도 부진을 지속하며 내수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내수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KDI가 내수 회복이 더디다고 판단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소비가 미약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상품 소비를 반영하는 소매판매지수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성장했다. KDI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매판매지수(-2.1%)는 신제품 출시로 급증한 통신기기·컴퓨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서비스 소비도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투자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시공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1년 전보다 5.3% 감소하며 전월과 같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공사 종류별로 보면 건축부문(-7.5%)은 누적된 수주 부진으로 주거용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문제는 건설투자의 흐름을 미리 알려주는 선행지표가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의 경우 극심한 부진이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작년 월평균 실적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KDI는 지적했다. 또 건설 초중반기 공정에 사용되는 레미콘 출하량이 감소하는 등 선행지표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업 부진은 고용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한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6월 9만6000명에서 7월 17만2000명으로 확대됐지만, 이는 작년 7월 취업자 수가 적었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최근 들어선 고용 증가세가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인다고 KDI는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건설 경기에 좌우되는 건설업에서 취업자 감소폭이 8만1000명으로 확대됐고, 제조업 취업자도 1만1000명 줄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KDI는 "노동시장은 고용률이 정체되고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는 등 고용 여건이 서서히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인 2%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상승폭 축소로 1년 전보다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물가상승률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