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만 보고 100억대 뭉칫돈…로봇·AI 기업 투자유치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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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시드투자 건수는 감소세올해 시드 투자(초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295곳의 평균 투자 유치액은 4억6400만원이다. 이 중 이례적으로 100억원대 대형 투자를 끌어낸 곳들이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홀리데이로보틱스, 인공지능(AI) 콘텐츠 플랫폼 개발사 아이즈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소수 스타 기업에만 자금 몰려"
9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월 최대 규모의 시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지난달 175억원의 종잣돈을 확보한 홀리데이로보틱스다. 보통 시드 투자는 대표 제품 또는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거나 시장에서 검증받지 못한 단계에서 이뤄진다. 그런데도 주요 벤처캐피털(VC)과 대기업이 큰돈을 베팅했다면 사업모델이 탄탄하거나 창업 멤버의 전문성이 높은 경우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수아랩 창업자 송기영 대표가 AI 및 로봇공학 전문가들과 4월에 설립했다. 제조업에서 쓸 수 있는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다. 현재는 정교한 로봇 손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투자를 주도한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최동열 투자 부문 대표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컨트롤러 개발 모두 중요한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인재가 모여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AI 분야에 투자금이 몰리는 모습도 뚜렷했다. 65억원의 투자를 받은 비블은 사용자가 원하는 조명과 배경에서 촬영할 수 있는 AI 가상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피사체 형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조명 효과를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생성형 AI 솔루션 개발사 사이오닉에이아이(55억원), 한국어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 스타트업 트릴리언랩스(54억원), 기업형 AI 솔루션 개발사 콕스웨이브(45억원)도 시드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도 약진했다. 게임업계 1세대인 남궁훈 대표가 설립한 아이즈엔터테인먼트(160억원)는 AI 가상인간들과 사용자들이 소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사용자가 자신만의 AI 캐릭터를 만들고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된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컬쳐띵크도 20억원을 유치했다.
올해 전체 시드 투자 건수는 전년보다 쪼그라들었다. 1~8월 295건(1371억원)으로 전년 동기 455건(1683억원)보다 줄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성공적으로 엑시트 한 경험이 있는 검증된 창업자에게만 대형 시드 자금이 몰렸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