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 효능, AZ 타그리소와 유사

J&J, 경쟁제품과 비교 임상

세계폐암학회서 8건 초록 공개
렉라자 무진행 생존기간 18.5개월
표준치료제 타그리소보다 길어

고위험군 환자서 효능 더 뛰어나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세계적으로 폐암 표준치료법으로 쓰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효능이 더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40조원에 달하는 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국산 항암제 렉라자가 타그리소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타그리소보다 효능 앞서

8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존슨앤드존슨(J&J)은 8건의 렉라자 관련 초록을 공개했다. 렉라자는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이 개발하고 유한양행이 기술이전 받아 2021년 다국적 제약사 J&J에 1조4000억원 규모로 수출한 국산 신약이다. 지난 8월 20일 J&J의 항체 신약 ‘리브리반트’와 병용 요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날 J&J는 지난해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처음 공개한 임상 3상(마리포사)의 추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이다. 아시아 폐암 환자의 절반가량이 EGFR 변이를 갖고 있다.

표준치료법으로 활용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렉라자를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타그리소는 지난해 7조7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다. 22개월간의 환자 데이터를 추적한 결과, 렉라자는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18.5개월로 타그리소(16.1개월)보다 길었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환자가 암의 진행 없이 생존하는 기간을 말한다.

고위험군 환자에게 치료 대안

고위험 환자군에서 두 약물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뇌전이 병력이 있는 경우 렉라자가 16.4개월로 타그리소(13개월)보다 3개월 이상 길었다. 순환종양(ct) DNA가 관찰된 경우에도 각각 18.4개월과 14.8개월로 렉라자가 뛰어났다. 종양 억제 유전자(TP53) 변이가 있는 환자도 각각 14.6개월과 12.9개월로 렉라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더 길었다.

두 약물의 안전성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선천성 부정맥의 일종인 QT연장증후군, 불규칙한 심장박동 등 타그리소의 부작용이 렉라자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크 와일드거스트 J&J 부사장은 “(두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은 전반적으로 유사하다”며 “고위험군 환자에게 렉라자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투약시간 6시간→24분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연구 성과도 발표됐다. 이날 J&J는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 제형의 편의성과 실제 환자 만족도를 평가한 결과,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환자들은 리브리반트 정맥주사(IV) 제형 투여 시에 6.5시간이 걸리는데 SC 제형은 이를 24분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도 IV 제형은 4.4시간 동안 투입해야 하는데 SC 제형은 2.3시간으로 절반 가까이 단축됐다.

J&J는 SC 제형에 대해 FDA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 2월께 허가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SC 제형은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는 데다 효능과 안전성도 입증돼 렉라자와 리브리반트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