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PF 채권 '꼼수 매각' 적발

일부 저축銀·자산운용 공모
대출채권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순이익 올리고 연체율 떨어뜨려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 정리 과정에서 자산운용사와 공모해 시세보다 높게 채권을 매각하고 건전성을 높인 것처럼 꾸민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오하자산운용사에 대한 수시 검사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올해 6월, 8월 두 차례에 걸쳐 오하자산운용의 ‘저축은행 PF 정상화 펀드’에 각각 908억원, 585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해당 펀드에 955억원, 646억원어치의 부실 채권을 매각했다.상상인저축은행은 해당 부실 채권에 쌓아놨던 충당금 환입 등을 포함해 129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인식했다. 게다가 부실 채권 매각으로 6월 말 연체율을 2.6%포인트 떨어뜨리는 효과도 봤다.

오하자산운용은 저축은행의 지시를 받아 투자하는 등 이른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를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면계약에 따라 투자자의 명령, 지시, 요청 등을 받는 OEM 펀드는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금감원은 상상인저축은행에 매각 이익 연체율 등을 원상 복구하도록 조치했다. 오하자산운용에도 제재를 내릴 방침이다.최근 부동산 PF 구조조정으로 저축은행들이 부실 채권을 정리하면서 펀드를 조성해 부실을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올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에서도 ‘자전거래’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국은 3차 펀드 조성을 중단시켰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중앙회의 PF 정상화 펀드에서도 일부 저축은행이 출자하고 부실 채권을 비싸게 매각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중앙회 측은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