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中은 두려움의 대상…프리미엄 전략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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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참가“중국 가전업체는 이제 폄하할 대상이 아니라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가전제품 내기를 머뭇거리다가 한국에 시장을 빼앗긴 일본 업체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전체 고객의 70~90%를 커버할 수 있도록 프리미엄 전략을 수정하겠다.”
상위 고객 비율 90%까지 넓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LG 될 것
가전 수년째 10% 넘는 성장률
밸류업 집중해 투자 매력 홍보
MS·퀄컴 등과도 협력 강화
조주완 LG전자 사장(CEO·사진)은 지난 6일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TCL과 하이센스 부스를 둘러보니 굉장히 많이 따라왔더라”면서 “제품 다양화 측면에서 경계하며 봐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대표 가전업체인 TCL과 하이센스는 올해 IFA에서 ‘세계 최대’ ‘세계 최초’를 내건 제품을 여럿 선보였다.조 사장은 “그동안 상위 60% 고객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프리미엄’으로 불렀는데, 앞으로 이 비율을 70∼90%로 넓힐 것”이라며 “거의 모든 사람에게 프리미엄으로 접근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LG’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로보락이 접수한 로봇청소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데 대해서는 “늦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LG전자는 지난달 15일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LG 로보킹 AI 올인원’을 출시했다. 그는 다만 “출시 시점은 늦었지만 중국 업체와 비교했을 때 같거나 더 높은 스펙을 갖췄다”며 “중국에 밀리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올 5월 미국에 이어 조만간 영국을 찾아 글로벌 투자자를 만난다. 그는 “성숙 사업으로 평가받는 가전 부문에서 수년째 10% 넘는 성장률을 달성했고,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냈다”며 “기업 간 거래(B2B)가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갖췄는데, 이런 점을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도 언급했다. 그는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서밋에 참석해 사티아 나델라 CEO를 만난 데 이어 최근 한 번 더 1 대 1로 만났다”며 “어떤 영역에서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할 수 있고,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대화했다”고 전했다. 퀄컴과의 협업에 대해선 “LG전자는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분야에서 퀄컴의 가장 큰 고객”이라며 “퀄컴과 차량 내 AI를 어떻게 구현할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도법인 상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시적으로 결정되진 않았지만, 여러 옵션 중 하나”라며 “인도에서 LG는 오랫동안 국민 기업이기 때문에 ‘내셔널 브랜드’가 되는 큰 비전으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