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플랫폼법 사전 지정 빠졌지만 과잉 규제 우려는 여전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내놓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방향은 작년 말 제시한 초안에 비해 진일보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규율 대상 지배적 플랫폼 ‘사전 지정’ 방침을 철회하고 ‘사후 추정’으로 변경한 대목이다. 국내 대형 플랫폼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스타트업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사전 지정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비판을 수용한 점이 다행스럽다.

대형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가 실재하고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일정 규제의 틀은 필요하다.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문제 발생 시 입증 책임을 떠넘기는 사전 지정 방식은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다. 미국의 유튜브 넷플릭스, 중국의 알리 테무 등 해외 거대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자해적이기까지 하다.지배적 플랫폼 점유율 요건을 ‘1사 65% 이상, 3사 85% 이상’으로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지정 요건(1사 50% 이상, 3사 75% 이상)보다 완화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매출 4조원 미만 플랫폼을 규율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조치도 스타트업 육성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과잉규제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플랫폼산업은 속성상 독점적 성향을 띠고 점유율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특성을 세부 입법 과정에서 반영해야 한다. 쿠팡 점유율만 해도 온라인 쇼핑 시장만 볼 것인지, 배달앱까지 포함할 것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번 입법 과정에서 플랫폼 피해자로 지목된 스타트업계, 소비자, 플랫폼 입점 사업자까지 결사반대한 점을 공정위는 직시해야 한다. 거대 독점사업자와 중소 피해사업자로 구분하는 이분법으로는 달라진 비즈니스 현실을 따라잡기 어렵다. 미국 국무부와 상무부까지 우려를 전달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잘못된 규제가 들어서면 웬만해선 폐지하기 어렵다. ‘초안보다는 개선됐지만 운신의 폭을 크게 제약할 규제라는 본질은 그대로’라는 플랫폼업계 우려를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