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反독점 규제'…구글·네이버 포함, 쿠팡은 빠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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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 여전히 부담…대상 후보 기업 '촉각'공정거래위원회가 사전 규제를 골자로 한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 대신 기존 공정거래법 손질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새로운 규제가 기업 혁신과 성장을 옥죌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을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정부안을 들여다본 상당수 기업이 “규제 강도가 당초 예상과 달리 세다”며 당혹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위법 행위가 아니라는 입증 책임을 기업에 지운 것도 큰 부담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검색·SNS 등 '지배적 플랫폼'
자사우대·끼워팔기 등 적발땐
과징금 상향·임시중지 명령키로
'점유율 60% 이하' 쿠팡·배민은
규제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 커
'깜깜이 매출' 구글 등 처벌 어려워
사전지정 제도 철회했지만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네이버 카카오 등 일정 규모를 넘어선 플랫폼을 미리 지정해 시장 교란을 차단한다는 내용의 플랫폼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업계는 위법행위가 발생하기도 전에 기업을 사전 지정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구글과 애플 규제는 미국과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공정위는 지난 2월 ‘사전지정제를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5월 한기정 위원장이 사전지정제가 포함된 플랫폼법 입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혀 업계를 긴장하게 했다.9일 공정위가 발표한 개정안에는 경제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이 포함됐다. 사전지정 제도를 사후추정 제도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지정하는 대신 공정위 기준에 따라 주기적으로 지배적 사업자군(群)을 내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플랫폼업계는 “지배적 사업자 사후추정은 실질적으로 사전지정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항변했다. 규제 대상 기업을 미리 공개하느냐, 공정위가 미리 파악해 두고 있느냐의 차이만 있다는 것.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용어만 다를 뿐 ‘플랫폼은 나쁜 기업’이라고 낙인을 찍는 기존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사후추정 규제 대상은 1위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면서 이용자 1000만 명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이면서 회사별 이용자가 2000만 명 이상인 기업이다. 플랫폼 관련 직·간접 매출(계열회사 포함)이 4조원 미만이면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업계에서는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분석했다.
공정위는 중개, 검색, 동영상, SNS, 운영체제, 광고 등 플랫폼 기업들의 6개 서비스에 대해 자사 상품 우대, 끼워팔기 등 4대 반경쟁 행위를 규제한다. 해당 서비스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규제 대상에 오른 플랫폼 기업은 스스로 경쟁을 제한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 또 다른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고의성이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기업이 많은 인력과 로펌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핵심 독소조항”이라고 말했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의 6%에서 8%까지로 늘어난다. 위반 행위가 명백히 의심되는 경우 임시 중지 명령을 내려 후발 플랫폼의 퇴출과 소비자 피해도 막는다.
쿠팡·배민은 빠질 듯
시장 점유율 6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함에 따라 유통업계 1위인 쿠팡과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은 규제를 피해 갈 가능성이 커졌다. 경쟁사가 많아 개별 기업의 점유율이 높지 않아서다.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 우려도 제기된다.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653억원으로 4조원을 크게 밑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글이 싱가포르로 귀속하는 앱스토어 수수료 등까지 한국 매출에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법 제정 목표였던 ‘신속한 사건 처리’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 기업이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한편 공정위는 이날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대형 온라인 중개업체를 대규모유통업법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약 20~40개 중개업체가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받을 전망이다.
정영효/정지은/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