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생물보안법 'K바이오'엔 기회…中 대신 글로벌 파트너 꿰찬다

CDMO부터 의약품 원료까지
글로벌 제약사 공급사 대체할 듯
생물보안법이 발효되면 중국 바이오 기업과 경쟁 구도에 있는 한국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에서 생물보안법 통과로 직접적 수혜가 기대되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와 에스티팜 등 원료의약품 기업이다.

생물보안법 제재 대상에는 우시바이오로직스가 포함됐다. 품질, 수익성 등으로 무장한 우시바이오는 아시아 대표 CDMO 회사 중 하나다. 지난해 매출 170억위안(약 3조2000억원)을 올렸다. 이 중 47%(약 80억위안)는 북미 지역에서 벌어들였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가운데 79%가 우시바이오 등 중국 CDMO에 의존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CDMO 기업을 우시바이오의 빈자리를 메울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 공장 신증설 등으로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는 만큼 우시바이오와 계약이 끊긴 물량을 수주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내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우시바이오가 강점을 보이던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본격 생산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제조 파트너를 바꾸는 데 보통 5~8년 걸리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며 “향후 신규 계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원료의약품 기업도 수혜주다. 에스티팜은 지난달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에 신약 원료를 공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본래 중국 기업에서 원료를 받던 제약사지만 생물보안법 제정으로 공급사를 바꾼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 시생산 원료 공급을 시작한다”며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 공급 물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지정학적 갈등을 빚는 나라를 역으로 공략해 사업 기회를 엿보는 바이오 기업도 있다. 진단업계가 대표적이다. 한 국내 진단 회사 대표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서 미국 애보트를 대신할 진단 기업을 찾는다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생물보안법의 미국 하원 통과 소식에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일 대비 3.21% 오른 99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00만원을 돌파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