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첨단산업 몰락하면"…한국, 대반전 상황 벌어진다 [조평규의 중국 본색]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중국 첨단산업의 약진, 우리에겐 위협이다

자력갱생하는 중국
"국내 기업, 중국과 차별화된 경쟁력 갖춰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아랍 주변국 간 전쟁으로 세계는 신(新)냉전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 대국들의 정치 지도자들은 모두 강성으로 동맹을 강화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보다 국가 통제를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양자컴퓨팅,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수출통제, 기술이전, 투자금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이 첨단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거나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막아 미국 중심의 기술우위와 집단적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생산장비와 고급 칩 수출통제, 기술이전 금지 등의 기술 제재로, 중국은 첨단산업 육성과 기술 자립이 불가피해지면서 자력갱생 의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중국은 프랑스 영국 등 기술 선진국들과의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거나 외자기업 유치를 통한 기술 경쟁력을 제고하면서 오히려 미국의 기술을 뛰어넘는 분야가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중국은 AI, 고속철도, 배터리 기술, 전력 장비 등 53개 기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에 의해 제창된 마르크스주의에 기반한 '신질 생산력'(新質生産力) 구호는 모든 과학기술 영역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애국적 결속을 다져 총력 질주하는 모습은 자유시장 경제 국가에는 위협적입니다. 신질 생산력이란 새로운 품질의 생산력을 말합니다. 신질생산력은 전통 생산력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첨단 기술, 고효율 및 고품질의 특성을 가집니다.

중국 첨단산업의 약진

중국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법률의 제정이나 정책의 시행이 일사불란하게 실행되는 나라입니다. 중국의 우한(武漢)은 자율주행의 거대한 실험실입니다. 이미 우한에선 500여대의 완전자율주행 택시가 상업적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입니다. 중국 무인 모빌리티 산업이 빠른 속도로 상용화되는 것은 자동차 제조뿐만 아니라 위성통신, AI 같은 기술지원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난 1월 '미래산업 혁신 발전 촉진에 관한 실시 의견'을 발표해 중국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방향성을 정했습니다. 김장용 중국공업정보화부 장관은 미래 제조, 미래 정보, 미래 재료, 미래 에너지, 미래 공간, 미래 건강을 중심으로 국제과학 기술혁신센터를 베이징 이좡(北京 亦庄)에 배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베이징 이좡 개발구는 베이징 남동부에 위치한 글로벌 미래 산업 클러스터입니다. 현재 이좡 신도시에는 거의 10만개의 사업체가 있으며 세계 500대 기업이 투자한 158개의 프로젝트가 집중된 국가 하이테크 산업단지입니다. 이곳에서는 길가에서 쉽게 자율주행 택시와 무인 배송 차를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몰락은 한국에 도움이 될까?

최근 중국경제의 붕괴나 몰락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다만 세계 제2위 경제력과 1억명의 잘 훈련된 공산당원을 가진 나라가 금방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 지나칩니다. 중국경제는 부동산 침체, 소비와 수출 부진 등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어 단기간에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하지만, 중국이 급속히 몰락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등 제조업 부흥 정책을 펴면서 첨단산업과 신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엄청난 투자를 하는 첨단산업과 빅테크기업의 동향에 깊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한중(韓中)의 미래는 전통제조업보다 첨단산업의 성패에 따라 국익의 향배가 갈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중국의 하이테크 기술 제품이나 알테쉬(알리·테무·쉬인) e커머스들이 이미 국내 시장을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의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AI, 이커머스, 기후테크 등 분야는 한국으로 대규모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우리는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매년 1~2위를 다툴 정도로 중국에 치중돼 있어 중국의 한국진출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중국의 첨단 산업 동향을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투자를 받으며 전략적 초점이 되는 산업 분야를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중국 기업과 기술 교류, 합작 프로젝트,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상호 혜택을 얻을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또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등 다양한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해 중국 이외 시장에 진출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도 병행해야 합니다. 우리 기업은 첨단산업에서 중국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정부는 전략적 대비가 시급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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