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외래 이용횟수 OECD 1위…의료쇼핑·약 과다복용, 건보재정 위협하는 상황
입력
수정
지면B5
건보공단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과다 의료 이용은 곧 진료비 지출과 직결된다. 방치하는 경우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중복진료 및 약물처방, 중복 방사선 검사 등과도 연관돼 있어 국민의 건강에도 위해가 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으로 2002년부터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가까운 병·의원 이용 유도하고
대형병원은 중증질환 관리 집중
외래진료 연365회 초과하면
본인 부담율 90%로 상향 적용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이용 횟수 부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OECD 평균 이용 횟수 5.9회보다 2.7배 높은 15.7회를 기록했다. 2023년 전체 외래진료 이용자 4871만 명에 대한 공단부담금으로 약 35조 원이 지출됐다. 이 중 연간 외래 70회 이상 이용자 144만 명에 대한 공단부담금은 6조4000억원 전체의 18.3%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는 국민의 선택권 보장으로 의료 이용에 제약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 건강에 대한 관심 및 실손 보험 가입 증가 등의 요인이 더해져 필요 이상의 과다 의료이용을 부추기고 있다.합리적 의료이용 지원사업은 다빈도 및 다기관 의료이용, 다제약물복용자를 정의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적정 의료 이용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연간 외래 이용 횟수 상위 3%에 해당하는 연 70회 이상 이용자, 일명 ‘의료쇼핑’이라 불리는 동일 질환으로 단기간에 여러 병·의원에서 중복진료를 이용하는 자, 10종 이상의 약을 상시 복용하는 만성질환자 등이 대상이다.
연령대 및 이용 횟수 등으로 관리방식을 차별화해 안내문 발송과 보유질환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 상담을 진행한다. 올바른 의료이용을 지원하고, 의·약사 등 전문가의 약물 점검·조정 및 교육을 통해 올바른 약물 복용을 유도한다. 또한 공단 홈페이지에 생활 속 자가 건강관리 동영상과 의료이용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를 탑재해 의료이용에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병·의원 이용을 유도하는 ‘경증질환 대형병원 이용자 관리 사업’을 시행한다. 일반 병·의원에서 관리가 가능한 당뇨 고지질혈증 고혈압 등 105개 경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을 연 5회 이상 지속적으로 이용한 경우가 대상이다. 가까운 병·의원을 이용하면 약제비 부담을 덜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 대형병원은 중증질환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종별 기능 회복에도 일조하고 있다.또한 건강보험체계의 과다 의료이용·공급에 대한 관리기전 부족에 따른 불필요한 의료남용 방지 및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해 지난 7월 1일부터 연간 365회를 초과하는 외래진료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90%로 상향 적용하는 ‘외래진료 본인부담차등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차등화 적용 가능성이 있는 다빈도 외래이용자를 대상으로 매월 알림톡 또는 안내문을 통해 제도 안내와 본인의 월 누적 외래진료 이용 횟수를 알려준다. 본인부담차등화가 적용되기 전 단계에서 스스로 의료 이용량을 관리할 수 있도록 사전 알림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앞으로 과다 의료이용 대상자 선정기준을 정교화하고 의료이용량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로 사업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